얼마 전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경사가 있었다. 개인의 영예이자 문학계의 쾌거이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가 문학계에 기여한 바가 자랑스럽다. 그러나 기초연구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씁쓸한 마음이 크다. 특히 일본이 현재까지 22명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과 비교하여 한국의 과학 분야 성적에 아쉬움을 느낀다.
기초연구는 장기적 지원과 인내가 필수다.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기초연구자에게 정부 지원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절실하고 소중하다. 따라서 매년 예산안 발표 시기에 연구자들은 기대와 불안을 안고 기다린다. 다행히 내년 정부안에 따르면 기초연구 예산은 2조9,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로 편성되었다. 건전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확대된 것은 정부가 기초연구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정부는 혁신성과 도전성을 강화한 기초연구를 중점 지원하며 젊은 연구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안정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역점을 둔다고 한다. “지식의 탐색과 확장”이라는 기초연구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면서, 연구 생태계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연구 기반을 조성하는 것은 기초연구 지원의 기본이다. 이러한 방향성을 담은 2025년 지원 방침에 대해 반가움이 크다.
이제 정부는 어디에, 어떻게 지원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초연구에 35년간 종사해 온 현장 연구자의 시각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학문 분야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기초연구 분야는 광범위하고 각각의 특성이 다르다. 획일적 지원은 실효성의 한계가 있어 각각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으로 연구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국가 전략과 사회적 수요에 기반한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기초과학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첨단·미래유망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간 협업이 필수이다. 대학은 기초연구자들의 주 활동 무대다. 두 부처의 협력을 통해 연구의 질적 성장과 학문후속세대 양성 등을 위한 공동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이 축구 인프라 확충에 기여했듯이, 이번 수상은 문학과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33년 동안 묵묵히 집필한 것처럼, 기초과학 연구자들도 묵묵히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연구자들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있기에 한국 최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도 머지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