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려아연, 유상증자 부정거래 소지...확인 시 수사기관 이첩"

입력
2024.10.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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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유상증자 관련 금감원 긴급 브리핑
공개매수 신고서엔 '재무구조 변경 계획 없다'
증권신고서엔 유증 실사..."정정 계속 요청할 것"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기습 유상증자 계획 발표와 관련해 "공개매수 과정에서 이미 유상증자 계획을 세우고 동시에 진행했다면 부정거래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제출한 유상증자 계획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우리 자본의 신뢰를 해치고 위법 개연성이 높은 사안인 만큼 조목조목 살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풍·MBK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은 전날 1주당 67만 원의 모집 가액으로 총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공시에서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의 일부는 차입금 상환에도 사용할 계획"이라면서, 총모집액의 92% 수준인 2조3,000억 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최윤범 회장이 공개매수 과정에서 빌린 대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충당하려 한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최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일반 주주에 손실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함 부원장은 "유상증자라는 건 재무 구조상 중대한 사항인데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며 "고려아연 이사회가 처음부터 다 아는 상태에서 순차적으로 진행시킨 것이라면 공개매수 신고서를 허위로 제출한 것인 만큼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실제 고려아연이 이달 11일 정정한 공개매수신고서에서는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재무구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 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기재됐다. 하지만 전날 공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 시장은 물론 금융당국이 고려아연 이사회가 처음부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계획하고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자본시장법에선 공개매수에 관한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중요사항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 금융위원회가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금감원은 이날 오전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역시 고려아연의 이런 계획을 알고 있었다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은 최 회장 측이 유상증자를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반려하고, 정정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계획과 관련해 두 차례에 걸친 정정신고서를 요구해 이를 철회시킨 바 있다.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의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이첩할 것"이라며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도 필요하면 계속하고, 심사, 조사, 검사, 감리 등 법령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