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횡령·배임 의혹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 해임 요구

입력
2024.10.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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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물품 공식 절차 없이 임의 배부 지적
제도 개선 안 할 땐 "관리 단체 지정"
안세영 의견 받아들여 선수 위한 시스템 구축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 물품 횡령과 배임(페이백) 의혹을 받고 있는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해임을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요구했다. 아울러 협회,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불합리한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관리 단체'로 지정해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문체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배드민턴협회 최종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지난 2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횡령·배임 혐의로 회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며 “보조금법 위반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회장에게 ‘해임’, 사무처장에게 ‘중징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조금과 운영 실태 점검을 통해 잘못된 건 바로잡고, 협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셔틀콕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1억5,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사로부터 받는 구두 계약을 했다. 올해는 1억4,000만 원 규모의 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했다. 이렇게 받은 후원 물품은 공문 등 공식 절차 없이 임의로 배부됐다.

보조금법 위반 행위로 판단한 문체부는 후속 조치로 전년도치 1억5,000만 원 반환 명령을 했고, 제재부가금 4억5,000만 원(최대 위반액의 300%)을 부과했다. 올해분 반환 금액은 사업 정산 후 확정된다.

문체부는 또 김 회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관계 기관에 신고했다. 문체부가 노무법인을 통해 협회 사무처 직원 18명 중 17명을 대면 조사한 결과, 김 회장은 4월 초 내부 워크숍에서 욕설과 폭언, 운전 수행 등 과도한 의전을 수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사실 확인을 위해 김 회장과 대면 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9월 말 조사 현장에서 김 회장이 조사를 거부하고 나간 후 답보 상태다. 당시 김 회장은 “면담인 줄 알고 왔는데, 피의자처럼 조사를 하느냐”며 반발했다. 문체부는 김 회장에게 1개월간 이의 신청 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며, 김 회장은 11월 4일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는 안세영이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 획득 후 작심 발언을 했던 대표팀 운영 문제와 관련해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대표 선수단 56명 중 36명의 의견을 청취한 문체부는 개인 스폰서와 트레이너를 허용하고,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

또한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의무화된 새벽 훈련과 산악 훈련도 부상 위험만 높인다는 선수단의 의견을 반영해 폐지를 추진하고 청소, 빨래, 외출 보고 등 선수촌 내 부조리한 관행을 뿌리 뽑을 방침이다.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