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1일 공개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녹취록은 윤석열 대통령과 명씨 사이에 김건희 여사가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그간 제기된 김 여사 개입 의혹에 힘을 싣는 것이다.
2022년 5월 9일 통화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이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공천) 해줘라 그랬다"며 "그랬는데 그렇게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공개된 명씨 관련 녹취록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의 음성이 담겼다.
다음 날 국민의힘은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로 김영선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특히 대통령 취임식(5월 10일) 전날까지도 공천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선 경선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취임 전부터 취임 후까지 사적 채널이 강력하게 작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입수한 다른 녹취에는 윤 대통령의 불법이 김 여사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는 내용이 수두룩하다"며 "심지어 윤 대통령의 육성이 녹음되던 그 통화 때, 김 여사가 옆에 있었다고 명씨가 발언하는 내용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내용을 보면 명씨는 지인에게 "지 마누라가 옆에서 '명 선생님이 이렇게 아침에 놀라서 전화 오게 만드는 게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 (윤 대통령이) '나는 했다. 나는 분명히 했다'라고 마누라 보고 얘기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 장관 앉혀, 뭐 앉혀라. 말한 거야. 그래서 마누라 앞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야"라는 발언도 포함됐다. 사실이라면 김 여사의 전방위적 국정개입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명씨는 지인에게 녹취록을 들려준 뒤 "바로 끊자마자 마누라한테 전화왔어 '선생님, 윤상현(의원)한테 전화했습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에 꼭 오십시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 의원에게 공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공관위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며 "명씨가 김 전 의원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도 "대통령과 상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이날 밤 2022년 지방선거 때도 공천 개입이 있었다는 내용의 명 씨 발언을 공개했다. 여기서 명 씨는 "아까 조은희 전화왔더라고. '광역단체장 둘이 앉히시고. 김진태, 박완수 진짜 생각하신 대로 두 사람 다 앉히고, 저 조은희도 만들어 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이러대"라고 말했다. 명 씨는 "어제 딱 한마디 했어. 김건희 여사가 '우리 명 선생님 선물은 김영선, 박완수'"라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장님 무사'로 지칭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 지사와 박 지사 모두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명 씨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그보다 앞서 대선과 함께 치러진 2022년 3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뒷거래가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