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가 6년 전 프랑스 순방 때 빌려 입은 '샤넬 재킷'에 대해 검찰이 실물을 확보해 감정을 의뢰하는 등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재킷의 동일성을 검증한 뒤 반납 시점 등에 대한 추가 조사 및 법리 검토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사건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조아라)는 최근 프랑스 샤넬 본사에서 김 여사가 입었다고 한 재킷을 넘겨받아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에 감정을 의뢰했다. 이 재킷은 2018년 10월 프랑스 순방 때 김 여사가 착용한 것으로, 2022년 의상 비용 논란과 함께 주목받았다. 당시 청와대는 김 여사가 재킷을 반납했고, 이후 샤넬이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해 실물이 전시돼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전시된 재킷과 김 여사가 착용한 재킷에 새겨진 글귀 등이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샤넬 측은 "(김 여사가 입었던 옷은) 바로 돌려받아 (프랑스의) 샤넬 본사에 보관 중이며 박물관에는 별도 재킷을 제작해 기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따지기 위해 △이 재킷이 김 여사가 착용했던 게 맞는지 △언제 샤넬 측에 반납했는지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지출한 비용이 있는지 등을 추가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과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수수 의혹'과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로부터 제출받은 명품가방과 최재영 목사가 촬영한 것이 동일한지 등을 확인한 후 처분을 내린 것처럼, 검찰은 영상감정 등을 통해 김 여사가 2018년 입었던 옷과 샤넬이 보관 중인 옷이 동일한 것인지를 우선 분석할 방침이다. 확보된 재킷은 '김 여사 맞춤형'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김 여사의 체형에 잘 들어맞는 사이즈라고 한다.
샤넬 재킷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쟁점은 남아있다. 김 여사가 해당 재킷을 개인적으로 소장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반환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간 샤넬,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 등 관계자들을 잇달아 조사했지만 김 여사가 재킷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돌려줬는지에 대한 구체적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 여사에 대한 공세가 계속될 때 청와대에서 반납 시점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통상적인 대여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 입장에서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필요성이 커졌다.
물론 김 여사가 뒤늦게 재킷을 반납했더라도 사법처리 여부는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 업무상 횡령 혐의가 인정되려면 업무상 임무에 어긋나게 보관 중인 타인의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확인돼야 한다. 다시 말해 대통령 배우자로서 대외 활동 목적을 넘어 사적으로 의상을 이용하거나 소유하려 한 고의가 입증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