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올여름 '가자지구 전쟁을 차기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끝내라'고 주문한 사실이 30일(현지시간) 뒤늦게 알려졌다. 자신의 미국 대선(11월 5일) 승리를 전제로, 새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 20일 이전 종전'을 요구한 것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일했던 전직 미국 관료와 이스라엘 관리 등 소식통 2명을 인용해 "트럼프는 네타냐후에게 '나의 재집권 전까지 전쟁을 끝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은 지난 7월 트럼프가 자신의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한 네타냐후를 만났을 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회동에서 트럼프가 "가자지구에서의 살상은 멈춰야 한다"거나 "신속히 승리하라"고 말했다는 것은 이미 공개됐지만, 구체적인 종전 시한까지 언급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드러났다.
미국 측 소식통은 "트럼프가 (종전 방식 등에 있어) 상세한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며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전쟁을 끝내면, 이후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주둔도 충분히 지지할 수 있다고 했다"고 TOI에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 완충지대 주둔은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재건 방지' 명분으로 삼고 있는 사항이다. 소식통은 또 "트럼프가 원하는 '취임식 전 이스라엘의 승리'에는 인질 귀환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7월 회동 후에도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에도 최소 두 번 통화했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5일 소식통 6명을 인용해 "트럼프는 이달 네타냐후와의 통화에서 '해야 할 일을 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소탕 독려로 풀이되는데, 이스라엘에 줄곧 휴전을 요구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대조적 태도다. 트럼프의 재집권 땐 네타냐후의 운신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WP는 "네타냐후도 명백히 미국 대선과 관련, 트럼프를 선호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이 이스라엘의 호재인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의 종전 요구 시한(1월 20일)은 석 달도 남지 않았다. 이스라엘 안보 기관의 한 관리는 "전쟁을 신속히 끝내는 데에는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적 제약이 있다"고 TOI에 말했다. 네타냐후 연립정부의 한 축인 극우 정당은 종전은 물론, '휴전 협상'에도 반대한다. TOI는 "이달 초 이스라엘 관리 2명은 트럼프의 '신속한 종전' 요구에 우려를 표했다"며 "트럼프가 1월에 재집권할 경우, 이스라엘과 마찰을 빚을 것을 염려한다"고 전했다.
미국 대선의 승자가 확실해지기 전에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타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재개된 휴전 협상과 관련, 이스라엘 지도부 생각을 잘 아는 소식통은 "네타냐후가 백악관 주인이 누가 될지 알기 전까지는 회담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W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