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사전청약 분양가를 둘러싼 갈등과 관련한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가를 최초 본청약 시점을 기준으로 책정해 인상폭을 줄이는 대책을 내놨지만, 당첨자 단체는 합리적 근거부터 제시하라는 입장이다. 본청약이 이미 지연된 만큼, 분양가를 지금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31일 국회 등에 따르면 LH는 앞서 28일 "본청약 지연 기간 분양가 상승을 최소화하고 주변 시세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공공주택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진 데 따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공공주택 사전청약은 사업이 잇달아 지연되면서 해당 사업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달에도 본청약이 1년 이상 미뤄진 사업장이 발생했다.
대책의 핵심은 일종의 ‘분양가 인상폭 상한선’을 제시한 것이다. LH는 앞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때 땅값과 공사비 상승분을 사전청약 공고 당시 본청약 시점까지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본청약 지연으로 발생한 분양가 인상분을 당첨자에게 그대로 전가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단지마다 입지와 공급 시점 등 사업 여건이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그러나 당첨자들로 구성된 ‘공공 사전청약 피해자 모임’은 분양가가 사전청약 시 공고한 추정 분양가 수준에서 산정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LH가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무엇보다 LH가 분양가를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든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 모임에 참여한 김철수 과천주암C1·C2연합회 대표는 “분양가를 과거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했다는 말만 믿으라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피해자 모임은 LH의 신뢰도 저하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추정’ 분양가를 공개하며 미래의 공사비 등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LH 해명도 믿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LH가 최초 본청약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겠다면 이미 본청약이 지난 단지들은 당장 분양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비등하다. 분양가가 일찍 확정돼야 당첨자도 분양가를 분석하거나 재무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분양가를 최초 본청약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앞으로는 더 오를 이유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분양가를 일찍 알려준다면 당첨자들도 납득하고 대비할 텐데 그것마저 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