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갈 길 가는 이마트·신세계백화점이 풀어야 할 숙제 ①이커머스 ②증여세

입력
2024.11.03 09:00
16면
대형마트·백화점, 이커머스 성장에 고전
이마트·신세계백화점도 실적·주가 주춤
계열 분리 효과 기대, 주력 사업 집중
이명희, 정용진·정유경에 지분 넘기면
증여세 납부도 만만치 않은 과제


신세계그룹이라는 한 지붕에서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이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을 각각 책임질 두 남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는 오프라인 쇼핑의 위기다.

쇼핑 시장의 무게중심이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영리한 대응을 해야 한다. 두 사람과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 사이 지분 정리와 이에 따른 증여세도 풀어야 할 숙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의 뿌리는 여전히 오프라인 점포다. 다른 계열사도 정용진 회장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쓱닷컴, 지마켓을 빼면 상황은 비슷하다. 이커머스가 성장할수록 타격받기 쉬운 구조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이마트다. 이마트 핵심인 마트 부문 연간 영업이익은 2020년 2,950억 원에서 계속 뒷걸음질 쳐 2023년 1,880억 원까지 내려갔다. 주가 역시 하향세이긴 마찬가지다. 2021년 1월 19만1,500원까지 뛰었던 이마트 주가는 최근 6만5,000원 선으로 떨어졌다.

이마트 실적·주가가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배송·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이커머스와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비대면을 바탕으로 한 이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형마트는 위협받았다. 이마트는 결국 유통업계 매출 1위 자리를 2021년 쿠팡에 내주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마트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다. 영업이익이 2021년 3,622억 원, 2022년 5,019억 원, 2023년 4,399억 원으로 준수하고 매출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 역시 이커머스의 공세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안심하긴 어렵다. 신세계 주가가 2021년 초 30만 원대에서 최근 15만 원으로 하락한 건, 백화점 경쟁력이 과거만 못하다는 시장의 평가로 볼 수 있다.


이명희 지분 3,300억 원, 증여세 2,000억 원 추산




신세계그룹은 이번 계열 분리가 실적·주가 반등을 위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정용진 회장, 정유경 회장 모두 핵심인 대형마트, 백화점 부문에 집중하게 되는 만큼 성과를 더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남매 사이의 잠재적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해소된 면도 계열 분리 효과다. 그동안 두 남매는 각자 맡은 사업이 확실히 구별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한 지붕 아래에 계속 남아 있다면 언젠가 부딪힐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최근 오프라인 점포의 장점을 적극 끌어내려는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하우스 오브 신세계', 대형마트를 넘어 쇼핑몰을 떠오르게 하는 이마트 죽전점이 대표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세계백화점은 고급 제품·서비스를 누리려는 소비자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완만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온라인 중심의 쇼핑 환경에서 고전 중인 이마트는 죽전점 같은 변화가 계속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 분리 전제 조건인 이 총괄회장의 지분 승계와 증여로 발생하는 세금도 과제다. 현재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가 승인받기 위해선 적어도 이 총괄회장이 떨어져 나가는 쪽의 지분율을 3% 미만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신세계가 홀로서기를 한다면 이 총괄회장이 정유경 회장 쪽에 지분을 대거 넘겨야 하는 셈이다.

이 총괄회장은 이 조항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이마트, ㈜신세계 지분을 각각 정용진 회장, 정유경 회장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있다. 계열 분리 추진으로 두 남매의 자립을 인정한 만큼 지분을 증여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 총괄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전부 줄 경우 정용진 회장, 정유경 회장이 부담할 증여세도 만만치 않다. 1일 종가를 대입할 때 이 총괄회장의 이마트, 신세계 지분 가치는 1,780억 원, 1,480억 원이다. 여기에서 최대주주에 적용하는 지분가치 할증 평가 20%, 최고세율 50%를 고려해 정용진 회장, 정유경 회장의 증여세를 거칠게 계산하면 1,956억 원으로 추산된다.

단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할증 평가 20% 폐지, 신고 세액 공제 등을 적용하면 증여세는 더 내려갈 수 있다. 정용진 회장, 정유경 회장이 2020년 이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신세계 지분을 증여받았을 때 전체 지분 가치는 4,900억 원, 증여세는 2,962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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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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