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이래 첫 개막 3연승… '돌풍' 한국전력, 무엇이 달라졌나

입력
2024.10.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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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 달라진 한국전력, 남자부 긴장감 자아내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개막 후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꺾어 돌풍을 일으키더니 삼성화재와 우리카드까지 잇따라 잡으며 3연승을 내달렸다. 한국전력이 개막 후 3개 경기를 연속으로 따낸 건 창단 이래 처음이다.

31일 현재 남자부에서 개막 3연승을 한 건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 단 두 팀뿐이다. 다만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시작 전부터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던 데 반해 한국전력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5위로 끝마친 데 이어 올해 컵대회에서도 조별리그 3전 전패로 탈락해서다.

그러나 개막 2주가 지난 현재, 한국전력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남자부에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변화의 핵심엔 임성진의 성장과 건재한 신영석, '게임 체인저' 구교혁이 있다.

우선 2023~24시즌부터 주전으로 발돋움한 임성진은 올 시즌 공격뿐 아니라 수비까지 척척 해내며 '만능 해결사'로 거듭나고 있다. 임성진은 대한항공전에서 64.71%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개인 통산 역대 최다인 26득점을 터트린 데 이어 다른 두 경기에서도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경기 통틀어 53득점을 기록, 31일 기준 이 부문 남자부 6위(국내 선수 중 3위), 공격종합은 4위(성공률 56.41%)에 올라 있다. 서브는 2위로, 수비 면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베테랑' 주장 신영석의 활약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신영석은 무릎 부상에도 불구하고 남자부 속공 성공률 1위(85%), 블로킹 2위(세트당 성공률 0.714%)를 기록하고 있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전진선도 블로킹 부문 5위(0.538%)에 올라 힘을 보태고 있다.

플랜B로 투입된 구교혁의 활약도 대단하다. 지난 시즌까지 원포인트 서버로만 뛰었던 구교혁은 올 시즌 한국전력이 밀릴 때마다 게임 체인저로 투입돼 경기 흐름을 뒤집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삼성화재전에선 팀이 4-11로 뒤지고 있던 1세트 중반에 외국인 선수 엘리안 대신 투입돼 퀵오픈과 오픈 공격을 잇따라 성공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80%의 공격성공률로 8득점을 올려 첫 세트를 따내는 데 일조했다. 우리카드전에서도 4세트 24-24 듀스에서 과감하게 3연속 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어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이 밖에 최근 3경기에서 최소 3~5명이 10득점 이상을 고루 올린 것도 고무적이다. 이는 누구 한 명이 빠지거나 들어가도 경기력이 크게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6라운드까지 이어지는 장기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엘리안과 아시아쿼터로 뽑은 세터 야마토가 좀 더 중심을 잡아준다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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