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병력 약 1만 명이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국 외교 수장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난다. 이와 동시에 중국 베이징에선 중국·러시아 간 고위급 회동이 이뤄지고 있다. 북러 간 군사적 밀착 심화 속에서 중국은 이를 이완하려는 '물밑 압박'에 나서는 등 이들 3국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현재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조만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공식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정확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이 전해진 이달 중순 이후 북러 간 고위급 공개 접촉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회동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후속 조치, 서방의 거센 반발에 대한 공동의 대응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군 파병 규모 확대, 러시아 측의 보상 문제 등도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북한군 러시아 파병 문제와는 애써 거리를 둬 온 중국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30일 베이징을 방문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났다고 밝혔다. 양측은 "두 나라 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공유했다고 한다. 북한 파병 문제와 관련한 언급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최상위 의제는 아니더라도 중러의 접촉 타이밍은 북한 파병 문제도 의제화됐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 사안과 관련, 중국은 "해당 사안을 알지 못한다"거나 "제공할 정보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왔다. 중국으로선 자국의 대(對)한반도 영향력 축소를 가져올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달가울 리가 없다. 그렇다고 주요 우방국들인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을 공개 비판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따라서 중국이 직접 러시아를 찾기보다는 러시아 관료를 베이징으로 불러들이는 방식을 택해 파병 관련 우려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루덴코 차관은 왕 부장과의 회동 이전인 28일에도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별도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류 대표는 2006~2009년 주북한 중국대사를 지낸 베이징의 대표적인 '북한통' 외교관이다. 루덴코 차관의 이번 방중이 북한군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대화를 전제로 이뤄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중국의 '우려 전달'이 북러 간 군사 밀착을 억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우세하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러 모두 중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이미 계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나름의 물밑 압박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서방에 보내는 차원에서 이번 중러 접촉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