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가 말레이시아계?… 트럼프 측 주장에 말레이 "알려줘서 고~맙다"

입력
2024.10.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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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근 터커 칼슨, "해리스, 사모아·말레이계"
말레이 외교장관, SNS에 "당선되면 초대" 비꼬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말레이시아계 미국인’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거짓 주장에 말레이시아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지 언론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고, 외교부 장관까지 나서 ‘알려줘서 고맙다’며 비꼬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31일 말레이시아 더스타 등에 따르면 모하맛 빈하산 말레이시아 외교부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말레이시아인이 미국 대선에 출마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이 문제를 알려줘 고맙다. 카멀라 부통령이 승리하면 기쁘게 그를 ‘고국’으로 초대해 나시고렝(전통 볶음밥)을 맛보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모하맛 장관은 ‘말레이시아를 입에 담지 말라, 터커 칼슨’이라는 제목의 현지 매체 칼럼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해당 칼럼에는 “칼슨이 지도에서 몇 가지 이름을 골라 약간의 고정 관념을 더해 연설에 던져 넣었다” “당혹스럽고 황당했으며, 아주 재미있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언급은 미국 보수 매체 폭스뉴스 진행자였던 칼슨의 지난 27일 발언에 대한 대응이다. 당시 그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유세 찬조 연설을 하며 해리스 부통령을 ‘사모아·말레이시아계이고, 낮은 지능을 지닌 검사’라고 표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오래전부터 자서전 등에서 자신의 뿌리를 분명히 밝혀 왔다. 그러나 칼슨이 해리스 부통령과 전혀 관계없는 말레이시아인까지 언급하며 인종 정체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자, 모하맛 장관이 불쾌한 감정을 유머로 드러내며 반격한 셈이다.

말레이시아 유력 매체 베리타하리안은 “말레이시아 이름이 미국 선거 캠페인에서 언급돼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칼슨의 부정확한 주장이 도마에 올랐다고 부연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