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수출이 늘며 국내 김 가격이 뛴 만큼 양식장을 대폭 늘리고, 등급제 도입 등으로 높은 품질의 김 제조를 유도해 생산량과 고급화를 둘 다 잡겠다는 전략이다.
해양수산부는 31일 생산·가공·수출 전 주기 개선방안을 담은 '김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김 산업 주도권 공고화' 기치 아래 2027년까지 김 수출 10억 달러 달성을 목표 삼았다. 크게 △내수·수출을 위한 안정적 원물 공급 △규모화·스마트화로 가공·유통 효율성 제고 △'K-김' 브랜드 가치 향상을 통한 시장 확대 △거버넌스 구축 및 연구역량·인력 육성 네 축이다.
한국 김은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면서 지난해 수산식품 중에선 최초로 수출 1조 원(약 7억9,000만 달러)을 달성했다. 올해도 이달 이미 수출액 8억3,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김 원료 생산량은 50만~60만 톤 수준에 머물러 있어 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상승, 영세 업체가 많은 특성을 고려한 정책도 요구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내수, 수출 물량의 안정적 공급을 우선순위에 뒀다. 국내 김 양식장은 8년째 6만4,000헥타르(㏊) 규모에 그치는 점을 감안해 내년까지 축구장 3,800개 수준인 2,700㏊ 넓이 신규 면허 양식장을 추가하고, 전남 완도·여수·신안 먼바다에 1,000㏊ 수준 양식 시범사업을 시도한다. 올해 7월 어업권 분쟁을 끝내고 김 양식에 돌입한 전남 마로(만호) 해역을 더하면 총 5,070㏊ 늘어난다.
이를 통해 내년 김 1,000만 속(1속=100장)을 현재 생산량(1억5,000만 속)에 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송명달 해수부 차관은 "2027년까지 1,000만 속을 더 늘릴 예정인데, 수급 상황을 살펴가며 추가 양식면적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육상에서 김을 양식하는 기술을 내년부터 개발하고, 고수온에 강한 품종 보급 등 기후변화 대응 생산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에서 김을 소리 나는 대로 쓴 'GIM'을 사용토록 브랜드화하고, 한국 김 제품 규격안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한다. 소비자는 좋은 김을 쉽게 구분, 생산자는 품질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할 수 있도록 김 등급제도 도입한다. 소규모 양식장들이 통합해 어업법인화하는 경우 정부 사업 우대로 규모화를 촉진, '마른김 수협' 출범을 통해 300여 개 업계를 조직화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강도형 장관은 이날 수협중앙회, 한국김산업연합회 등 업계 주요 단체와 '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종자·양식·가공·수출 업계가 모두 참여하는 '김 산업 협의체'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와 김 업계는 생산 방향을 논의하고 수급 불안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