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하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3일 “북한군 약 3,000명이 러시아로 이동했고, 12월쯤까지 1만여 명이 파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만2,000명 규모 북한군 2개 여단 병력이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했고, CNN은 북한군 소수가 이미 우크라이나 안으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파병은 주로 동맹 간에 이루어지는 일로,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이 대표적인 경우다. 북한은 1940년대 말 중국의 국·공내전에 참전했고, 중국은 6·25에 ‘의용군’을 파견해 보답했다.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북한의 그간 행적으로 볼 때 이번 파병은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며, 올해 초 로버트 칼린과 지그리드 헤커 교수가 주장한 북한의 ‘전쟁을 위한 전략적 결단’이 단계적으로 실행되는 느낌도 든다. 북한은 어떤 전략적 목표와 계산으로 파병에 나섰으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선 파병은 북한에 경제·군사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 수준이라면 1만 명이 파병될 경우 한 달에 약 2,000만 달러(약 276억 원)가 북한에 흘러들 수 있다. 이외의 경제적 보상도 예상된다. 또 북한은 군사력 강화에 필수적인 전투경험을 쌓을 수 있으며 낙후된 무기 체계를 현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유사시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을 약속받고 더욱 거세게 대남 공세를 펼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미·중 갈등의 지속과 남북 간 긴장관계에 더해 러·북 간 군사적 밀착으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더욱 곤혹스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재개한다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뿐 아니라 한미동맹도 시험대에 서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한일관계를 복원하는 등 나름 외교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점차 난해해지는 고차방정식을 풀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방정식의 해법은 외교·안보 전략의 다변화와 자율성 확보에 있으며 때로는 전략적 모호성도 필요하다. 지난 정부가 북한에 올인했다면 현 정부는 동맹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올인외교는 항상 위험하다. 미국은 제국을 운영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그 큰 틀 속에서 동맹도 의미가 있다. 동맹을 기축으로 하되 전략 다변화와 함께 나름대로의 자율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자위권을 위한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도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외교·안보의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시급하다. 중국은 러·북 간 밀착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한 그룹으로 묶이는 것을 꺼려 한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북과 달리 중국은 글로벌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중국이 러·북과 밀착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긴장도 조절할 수 있다.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가운데 한반도의 긴장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미국이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만으로 나라를 지킬 순 없다. ‘미국우선주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한국도 국익 차원에서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군사적 지원을 하되 맞파병을 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반환점을 도는 윤 정부는 북한 파병이 주는 도전을 계기로 임기 후반부 외교·안보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