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늘렸다가 췌장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발생했다. 세마글루타이드 사용 후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사례도 잇달아 발생하면서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따르면 미국의 70대 남성이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결국 사망했다. 췌장염은 세마글루타이드 부작용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체블리 다거 미국 코네티컷대 파밍턴 캠퍼스 내과 연구진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2형 당뇨병·비만 등을 앓고 있던 이 74세 남성은 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한 후 중증 췌장염 진단을 받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 남성은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4년 전부터 세마글루타이드를 주당 0.25㎎으로 복용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 환자는 약물을 0.5㎎으로 늘린 뒤 심한 구토, 메스꺼움, 변비 등의 부작용을 겪고 다시 0.25㎎으로 줄였으나, 높은 용량의 세마글루타이드를 견디지 못해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례 보고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는 노출 직후에 급성 췌장염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세마글루타이드 사용 몇 년 후 또는 용량을 늘린 후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사례는 처음 보고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논문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으로 인한 급성 췌장염 사례를 추가로 소개했다.
미국의 한 36세 여성은 갑작스러운 상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이 여성은 5주 전부터 체중 감량을 위해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사했는데, 의사의 조언을 구하지 않고 지인 중 한 명으로부터 이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마글루타이드 주사를 중단하고 리파아제 수치가 정상화되면서 증상이 크게 호전됐으나, 논문에서는 이 여성도 세마글루타이드가 급성 췌장염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세마글루타이드를 통해,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만들어 식욕을 억제하는 원리다. 이 약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유명 방송인 킴 카다시안, 오프라 윈프리 등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위고비는 지난 15일 국내에서도 공식 출시됐다. 출시 직후 비대면 진료를 통한 무작위 처방 사례가 급증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선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안내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위고비를 적정 용량 투약하더라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 췌장염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며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저혈당·망막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식약처는 위고비의 해외 직구를 차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