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2주 남았는데... 의대생 휴학 승인 '후퇴'에도 내년도 정원 혼란 계속
정부가 대학별로 의대생 휴학 승인을 전격 허용해 2025학년도에 초유의 7,500명(올해 1학년 3,000명+내년 신입생 4,500명) 수업이 현실화하자 의료계는 내년도 정원 재조정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단 이탈 전공의 면죄부와 사직 승인 등에 이어 정부가 번번이 후퇴하자 다시 공세를 집중하는 양상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4일)이 고작 2주 남았는데 의대 정원을 둘러싼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31일 "교육부는 의대 학사 운영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반드시 재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대학별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휴학 처리한 것처럼 수시·정시 모집 인원 선발 등 입시 전형 역시 대학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교육부의 구체적인 상명하달식의 불필요한 간섭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의학 교육의 부실을 조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교육부의 휴학 허용으로 의대생들의 무더기 제적 사태는 막았지만, 내년 의대생이 복귀하면 7,500명 수업에 직면해 의대 교육이 부실해진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내년도 의대 정원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사단체인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여전히 내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재조정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에도 "2주 뒤면 수능인데 2025학년도 정원 재조정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논의는 할 수 있겠지만 재조정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대입 수시모집이 진행 중이고, 12월부터 정시모집이 시작돼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위법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고등교육법상 대학 모집 정원, 일정 등이 담긴 '대입 전형 시행계획'은 입학 연도의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10개월 전까지 공표(대입 사전예고제)해야 한다. 교육부는 내년도 의대 증원에 따른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지난 5월 31일 확정 발표했다. 의료계는 법률의 예외 조항을 내세워 내년도 정원 재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33조)에 따르면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유는 △관계 법령 제·개정 또는 폐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등 개편 및 정원 조정 △대입전형 기본사항 변경 △정원 감축, 학과 폐지, 모집정지 등 행정처분 △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경우 등 총 6가지다. 의료계는 이 가운데 의료 대란이 천재지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91학년도 세종대 모집 정지, 1997학년도 한의대 정원 감축,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인한 수능 연기 등을 유사 사례로 보고 있다. 한 국립대 의대 교수는 "정부는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유 중 대학 구조개혁 개편에 따라 의대 정원을 확대했다"며 "의대 학사 정상화에 따른 정원 조정도 같은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계는 의대 증원 번복 시 입시 대란을 경고한다. 지난달 초 마감된 의대 수시모집에는 7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다음 달 수능에 재도전하는 반수생 등 졸업생 지원자도 16만1,784명으로 2004년 이후 가장 많다. 이정민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변경하면 입시를 준비하던 수험생들의 대규모 소송을 각오해야 한다"며 "적법성과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여지는 있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2,000명을 증원해 전국 40개 의대 기준 5,058명을 선발하겠다고 지난 5월 밝혔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내년 5월 말까지 확정·공표해야 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2025학년도 입시를 강행한다면 2026학년도 모집정지는 불가피하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