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양국 군의 연합 연습에 북한 핵 공격 시나리오를 담는다. 북한이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파병 대가로, 러시아에서 핵·미사일 기술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방부 청사에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열어 이런 내용에 합의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는 성명에서 “향후 한미 연합 연습에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대응을 비롯,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지난해 성명의 해당 부분보다 진전된 내용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대남 핵 공격 상황’이 작전계획(작계)에 반영될 가능성도 커졌다. 성명에는 “두 장관이 또 주한미군에 일관된 훈련 기회를 보장하는 게 강력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북러 간 군사 협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계기로 지난해부터 급속히 강화했기 때문이다. 포탄 등 무기 제공과 최근 서방에 의해 공개된 파병의 반대급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받을 경우 아직 미완 단계인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급속히 고도화할 수 있다. 양국은 “미국 및 동맹·우방국에 대한 핵 공격은 김정은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한미는 이를 토대로 한국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전력 간 통합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12월 4차 핵협의그룹(NCG)에서 핵·재래식 통합(CNI) 초안을 마련한다는 게 양국 계획인데, 북한의 핵 도발 시나리오별 한미 양국의 대응 방안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명에는 북한 파병을 한미가 강하게 비난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한미는 “양국이 최근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한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하고, 이를 국제사회와 함께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같은 입장임을 확인한 것이다.
아울러 양국은 성명에서 △북한의 남북 연결도로 폭파 △10여 차례 이상 반복된 북한 무인기의 대한민국 영공 침범 △쓰레기 풍선 살포 등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준수하라’는 메시지는 7년 만에 다시 성명에 담겼다. 해당 문구는 문재인 정부 들어 SCM 공동성명에서 삭제됐었다. 성명은 “두 장관은 NLL이 지난 70년간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임에 주목했으며 북한이 이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북한이 ‘NLL은 유령선’ 등의 표현으로 일방적 해상국경선 설정 가능성을 시사한 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양국이 과학기술 협력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올해 안에 차관급 국방과학기술협력위원회(DSTEC)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고 성명은 밝혔다. 동맹의 국방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지침을 제공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위원회 목표다.
성명은 양국의 안보 협력이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 결과에 흔들리지 않도록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들도 담았다.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을 유지한다는 미국 입장의 재확인 △이달 초 타결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공감 △전략자산 전개 빈도 증가 및 정례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