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이 최대 대목인 연말을 맞아 핵심 점포를 일제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화려하게 밝힌다. 각 백화점은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장소로 선택받기 위해 자존심을 걸고 1년 동안 준비했다. 실적, 명품 유치 등으로 경쟁하는 백화점이 새롭게 벌이고 있는 '인증샷 맛집' 승부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은 11월 1일부터 연말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인다고 30일 밝혔다. 백화점이 크리스마스 장식에 사활을 걸게 된 건 건물 내·외부의 쓰임새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초 백화점은 건물 외벽을 할인 행사 현수막 등을 거는 용도로 활용해왔다. 겨울마다 전구로 크리스마스 느낌을 내긴 했으나 소규모였다.
2014년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중구 본점 외벽에 영상을 구현하는 '미디어 파사드'를 도입하면서 크리스마스 장식 대결이 막 올랐다. 이 승부가 더욱 치열해진 건 최근 몇 년 사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자 500m 거리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도 외벽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도 서울 여의도에 2021년 더현대 서울을 개점하면서 이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더현대 서울은 외벽을 이용하는 다른 백화점과 달리 탁 트인 내부를 적극 활용했다.
이후 각 백화점은 1년 내내 크리스마스 장식 기획·설치 작업을 하는 팀을 둘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도 중요하게 여기는 백화점 업계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은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과도 같아서다.
올해 신세계백화점은 농구장 3개 크기(1,292.3㎡)의 디지털 사이니지로 본점 외벽을 감쌌다. 초대형 TV로 변신한 이 외벽은 '크리스마스의 순간들을 찾아서’란 제목의 4분짜리 영상을 보여준다. 특히 신세계는 연말에만 켰던 외벽 초대형 TV를 연중 내내 틀고, 상영 콘텐츠도 자체 제작 영상에서 공익·상업 광고로 넓혔다. 본점 외벽을 통해 광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롯데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원더풀 쇼타임'을 주제로 한다. 1900년대 뮤지컬 극장가인 브로드웨이를 걷는 듯한 느낌으로 본점 외벽을 꾸몄다. 또 길 건너편에서도 한눈에 볼 수 있게 외벽을 비추는 '라이팅쇼'를 처음 준비했다.
현대백화점은 유럽 동화 속에 나오는 서커스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움직이는 대극장' 콘셉트로 점포를 장식했다. 주인공 해리가 최고의 쇼를 펼치는 움직이는 대극장을 찾기 위해 열기구에 몸을 싣고 하늘 높이 모험을 떠나는 얘기를 전한다. 특히 더현대 서울은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높이 7m, 너비 5m의 열기구 모형 에어벌룬 6개를 띄운다.
각 백화점은 인증샷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면 그만큼 점포로 들어오는 고객도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통해 저녁 시간대 식·음료 매장 중심으로 매출 증대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