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나누고, 교수 뽑고, 강의실 늘리고... 의대들 '7500명 동시 수업' 채비

입력
2024.10.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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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고려대, 곧장 휴학 일괄 승인
증원 신입생·복학생 맞을 준비 한창
"연속 휴학 더는 불가능" 복귀 기대 속
"내년 증원 재검토 없다면" 비관론도

#내년도 입학정원이 2배로 늘어나는 비수도권 A의대는 내년 의대 1학년 교양수업을 두 개 반으로 나눠 올해 1학년생(24학번)과 내년 신입생(25학번)이 학번별로 들을 수 있게 운영할 방침이다.

#서울의 B의대도 올해 휴학을 신청한 1학년생들이 내년에 복귀하면 신입생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기존 2배 규모의 강의실을 마련 중이다. 휴학으로 의사 국가고시를 준비하지 못한 본과 3, 4학년 대상 실습수업을 강화하고, 교수 채용도 진행할 계획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에 대해 정부가 29일 대학에 휴학 승인을 사실상 전면 허용해주면서, 대학들이 의대생 복귀를 상정한 내년도 학사 운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1학년생(3,000명)이 내년 3월 모두 복귀할 경우 내년 증원된 신입생(4,500명)과 함께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초유의 상황에 대비하고자 각 의대는 교육과정 단축, 분반, 수강인원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의대, 학번별 수업하고 6년 과정 단축하고

교육부의 의대생 휴학 허용 결정 직후, 대학들은 속속 의대생 휴학 처리에 나섰다. 연세대는 교육부 발표 당일 오후 의대생 548명에 대해, 고려대는 다음 날인 30일 오전 550여 명에 대해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한양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 다른 주요 대학도 휴학 승인을 검토 중이다. 서울대가 이미 의대생 휴학을 승인한 가운데, 다른 9개 국립대 의대도 학생 면담 등을 거쳐 다음 달 휴학 승인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입학정원이 증원된 의대들은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할 대형 강의실 확보와 교수 충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예과 1학년에 배속되는 24학번 휴학생과 25학번 신입생을 분산 수업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사립대 부총장은 “(예과) 1학년생 수업은 교양 과목 위주라 내년 교육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진급해서 실습이 늘어나면 시설과 교수가 부족해진다”며 “이에 대비해 실습실을 확충하고 의대 교수 채용 공고를 냈다”고 말했다. 24학년 휴학생의 예과 2년 과정을 1년 6개월로 줄이는 등 학사 과정을 단축하는 방안(본보 10월 30일 자 1·4면)도 대학별로 적극 검토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휴학 승인 여부를 대학 자율 판단에 맡긴 만큼 대학들이 휴학생 수를 파악해 이들이 내년 복귀한다고 가정하고 교육과정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며 “대학이 5년이 됐든 5년 6개월이 됐든,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증원 철회 안 하면 복귀 안 할 것" 회의론도

의대 복학생·신입생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와중에도, 대학가에선 의대생이 과연 얼마나 돌아올지를 가늠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전날 정부의 휴학 승인 허용 결정으로 일단 의대생 복귀의 길은 텄다. 의대 대부분은 학칙상 2개 학기까지만 연속 휴학이 가능한 만큼, 휴학생들이 제적을 피하려고 내년 초 대부분 복귀할 것으로 대학과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복귀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휴학을 승인해주면 돌아오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 3월에도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제적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대생 복귀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연속 3개 학기까지 휴학이 가능한 의대도 일부 있고, 의대생 수업 거부가 길어지는 와중에 학칙을 변경해 휴학을 연장한 대학도 있다. 한 사립대 의대 관계자는 “원래 1학년생은 휴학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올해 의대생은 휴학 처리가 되도록 (학칙을) 바꿨다”며 “상위권 의대를 준비하거나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의대생도 있어, 이들이 돌아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군입대 휴학 의대생이 전년(162명)보다 6배 이상 많은 1,000여 명에 달하는 점도 내년 학사 운영의 변수다.

한 사립대 의대 교수는 "의대생 휴학 승인은 제적 위기에 임박해 뒤늦게 해준 것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어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의대 증원 철회 등 전향적인 입장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는 이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 2025학년도 정원을 재조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지원 기자
손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