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사실상 3선 행보에 나섰다.
30일 체육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이 회장이 아직 3선 도전을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세 번째 임기 수행을 위해선 스포츠공정위 심사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를 지낸 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3선을 하려면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받아 회장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 따라서 올해 두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둔 이 회장은 스포츠공정위 심사 대상이다.
스포츠공정위의 3연임 후보자 심의 기준은 '재정기여,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평가 등 지표를 계량화해 평가한 결과 그 기여가 명확한 경우'로 명시됐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연임 여부를 두고 "후보자가 되려면 절차를 밟으면 된다"며 "못 하게 막혀있는 상황이 아니고 심의받으면 된다"고 출마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다만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회장의 출마를 막아서고 있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체육계 개혁을 위해 체육회와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문체부는 최근 체육회에 '공정위 구성과 운영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체육회장이 직접 임명한 공정위원에게 임기 연장 심의를 받는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스포츠공정위를 제 마음대로 한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면서 "관련 규정을 바꾸라는 권고는 지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김병철 공정위원장의 '접대 골프' 의혹에 대해 청탁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 신고도 검토 중이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김 위원장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3선 연임 심사 이후 함께 골프를 친 것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과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함께 골프를 치지는 않았으나 당시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열릴 예정이며, 12월 중 후보 등록이 진행된다. 이번 선거에는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과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스포츠공정위는 이기흥 회장과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 등 3선 도전을 표명한 종목 단체 회장들을 대상으로 내달 초 소위원회를 개최해 1차 심사를 하고 11월 12일 전체 회의에서 이들의 선거 출마 적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