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수도권 전철 1호선 의정부역 북쪽 근린공원. 퇴근 시간대였지만 공원을 가로지르는 시민 몇 명만 오갈 뿐 한산한 분위기였다. 근린공원은 의정부 역사와 상가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이용자도 드물 뿐 아니라 북동쪽 제일시장 일대와 남서쪽 상가들을 분절시키고 있었다. 실제로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 대부분은 공원을 통과하지 않고 지하통로를 이용해 상가 쪽으로 접근했다. 게다가 공원이 두 곳으로 나눠져 있어 굳이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설명이다.
의정부시가 의정부역 인근 상권을 분절시키는 두 개의 공원 부지를 ‘콤팩트 시티’(집약 도시)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32년까지 의정부동 222-1번지 일대 역전 근린공원 부지(면적 2만6,972㎡)를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근접) 도시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의정부시는 이를 통해 도시 단절 해소와 상권 및 생활권 통합, 경제활성화, 낙후된 이미지 개선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우선 해당 부지에 랜드마크 건물을 세워 호텔과 컨벤션 센터는 물론 스마트팜과 융복합대학 등의 교육 연구시설,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건물은 지하통로를 통해 역사의 북동쪽 상권과 연결된다. 이렇게 될 경우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2~3층 높이 주변 저층 중심 상가 건물과 의정부역 북동쪽 제일시장 주변 상권도 현대적·고밀도로 재구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이 지역에는 기업들이 아닌 술집 등 유흥시설들이 밀집해 경제활성화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실정이다.
시는 ‘콤팩트 시티’ 개발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국토교통부의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에 공모해 후보지 16곳 중 한 곳으로 지난 7월 선정된 상태다. 공간혁신구역은 허용되는 건축물의 용도와 건폐율·용적률 등 규제가 완화되는 도시계획 특례구역으로, 성장거점으로 조성할 수 있다. 용도와 밀도 제한이 없는 한국형 ‘화이트존(입지규제최소구역)’을 지향하는 것으로 중복된 규제 속에서도 유연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를 위해 조만간 ‘공간재구조화 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해 반경 500m 이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뒤 주변 상권과의 연계성과 사회적·경제적 파급효과를 살피기로 했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 그룹을 구성해 철저한 사전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콤팩트 시티 개발 계획을 이르면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역 주변에서는 기대감과 의심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역세권 개발 소문은 일찍부터 무성했지만 실제 개발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정부역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 A(50)씨는 “그간 시가 보여준 역세권 개발은 소문만 많았지 실제 이뤄진 게 있느냐”며 “청사진만 내놓지 말고 실질적인 개발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B(40)씨는 “이번에는 공원 부지를 활용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이라 기대심리가 다소 높아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로 개발되면 경제효과는 엄청나게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시장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C씨는 “말로만 개발 개발 하지 말고 빨리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