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5년의 반환점에 선 연말은 정국 빅뱅이 예고된 긴박한 시기다. 2주 뒤부터 시작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11월 15일)과 위증교사(25일) 1심 선고가 결정적 분수령이다. 유죄 판결 시 민주당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패닉에 빠질 수 있다. 반면 범야권은 윤 대통령이 처한 국정 환경을 이미 ‘심리적 탄핵’ 상태로 보고 다음 달 2일 대규모 장외집회에 나선다. 김건희 여사의 온갖 의혹이 쏟아지는 지금이 정권위기의 시작점에 불과하다며 예의 주시 중이다. ‘국정농단’ 수준으로 인식되면 분노한 민심이 탄핵 촛불집회 단계로 넘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양측이 벼랑 끝을 질주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맞닥뜨릴 경우의 수는 심각하다. 선거법만 봐도 벌금 100만 원이면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 나갈 수 없다. 대선일 전에 최종심이 끝날지 미지수라 해도 정치생명과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민주당은 선거비용 434억 원도 토해내야 한다. 정작 당 주류는 피할 수 없는 장벽에 정면돌파를 각오하고 기세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친명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더 멀리 나가 있다. 인재위원장을 맡아 물밑에서 광폭행보 중이다. 대선 플랜 기초작업이다. 실은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를 만나 이해 폭을 넓히고,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를 낮추는 일을 하고 있다. 중도 성향의 합리적 성품인 그는 이 대표에게 꼭 필요한 인물이다. 경기북부 지역구(동두천·양주·연천군갑) 출신으로 보수진영의 안보공세에도 끄떡없이 5선을 쌓은 별도의 이유도 있다. 선친은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용사, 본인은 육군 정훈장교, 아들은 육군병장 만기제대한 3대 병역명문가다.
정 의원은 지난 2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11월 15일과 25일 이재명 1심’ 두 가지 모두 무죄를 확신했다. 야당 대표 측근이 아니라 변호사로서의 판단이란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과가 안 좋을 경우엔) 피선거권을 유지하는 유죄판결인지, 피선거권이 박탈된 유죄인지 이게 중요하지 않겠냐”며 “전 세계에서 0.73%포인트 차로 진 대선후보이자 다수당 대표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차단막을 쳤다. 사법부 압박은 아니라면서도 “국민 선택권을 박탈하는 판결은 어려운 거 아닌가”라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사법위기가 현실화하더라도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非)명계 리더들이 “이재명 반사이익으로 국민주목도가 올라가진 않는다”고 단언했다. 정 의원에게 정국평가 및 전망을 들어봤다. 정 의원의 시각은 민주당의 오늘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별감찰관 임명을 놓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권 내분사태를 겪고 있다. 특감 임명 절차에 민주당이 응하면 국민 명분상 나쁘다고 보나.
”특별감찰관은 김 여사 특검법 통과를 막으려 국민적 분노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용이다. 야당이 다수당이니 야당 추천 특별감찰관을 여당도 수용해 추천한다면 저는 거기 응해야 한다고 본다. 내분사태가 한 대표 뜻대로 안 되면 오히려 불만이 커져 특검법이 통과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채 상병 건은 여야 정쟁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개병제를 택한 나라에서 더구나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 북한이 파병까지 한 상황이다. 어느 나라건 병사들의 충성과 신뢰를 얻으려면 채 상병 건 같은 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최근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들을 만났다. 서부전선 핵심인 1사단은 비상대기라고 하더라. 남북 간 제한적인 국지전이라도 일어날지 어머니들의 두려움이 정말 크다. 안보가 불안정한 지금이야말로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반드시 문제를 밝혀야 한다. 국가에 충성하고 병역의무를 이행해 입대한 병사가 지휘관의 지휘 잘못으로 사망했는데, 그걸 대통령이 격노해 바꿨다? 이건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김 여사 특검법은 통과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국민들은 국정농단이라 생각한다. 권한이 없는 사람이 권한을 독점하거나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11월 14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로 이송된다. 대통령이 거부하면 재표결을 12월에 할 수도 있고, 내년 1, 2월에 할지 시기는 봐야 한다. 한 대표의 정치력에 달려 있다.”
-11월 14일 국회 표결일은 이 대표의 선거법 1심 하루 전날이다. 부결에 따른 민심 분노로 이 대표 선고 파장을 덮으려는 의도라고 여당은 비판하고 있다.
”국정감사 끝나고 본회의 일정상 그렇지, 얕은 수를 민주당이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촛불집회나 탄핵집회, 이런 것과 이재명 리스크는 별개라고 본다. 대통령이 잘못하니 국민이 분노하는 거고 이 대표 건은 법원의 판결에 맡기는 것이다. 맞물려 돌아간다고 생각지 않는다.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비판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11월 15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1심 선고가 있다.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법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존중해야 해 예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깊이 있게 이 사건을 봐온 변호사로서, 무죄 가능성이 높다. 허위사실 유포의 혐의가 고(故) 김문기씨를 알았냐 몰랐냐인데, 그건 방송대담 중에 물어보니 잘 모른다고 한 것이고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 안다고 하는 걸 어떻게 정의할지, 법률적으로 무죄라고 본다. 또 백현동 용도를 바꾼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압박이 있었냐 없었냐, 당연히 재촉하는 공문이 여러 차례 오니까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협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무죄라고 보는 것이다.”
-11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무죄인가.
”당사자(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는 위증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표의 녹취록을 보면 기억나는 사실대로 이야기하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이야기해라. 그런데 본인이 위증했다는 것이다. 그 중간에 본인이 했던 이야기를 한 건데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참고적 상황을 제시한 것이지 않나. 이 대표가 했다고 하는 게 위증교사가 아니라 자기 판단에서 한 것이니 인과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1심 결과가 각각 나쁘면 당대표직과 차기 유력 대선주자 위치 중 어느 한쪽이 심각히 타격받는 상황이 올 수 있나.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외국의 사례, 미국, 일본,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다 찾아봐도 이 정도 발언을 갖고서 0.73%포인트 진 대선후보였고 다수당, 제1야당 대표를 다음 선거에 피선거권을 박탈한다니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누구를 안다, 모른다 부인한 경우는 윤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더 많이 했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최종심이 대선일 전까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나.
”저는 사안도 사안이지만 늘 생각하는 게 재판부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국민의 뜻 아니겠나. 우리 헌법 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이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 주권이 세 번이나 강조된다. 주권자인 국민 의사를 무시할 수 있겠나. 국민 선택권을 박탈하는 판결은 어려운 거 아닌가 생각한다.”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민심이 별도의 판단을 할 것이란 얘기인가.
”그렇다. 이미 이재명에 대한 국민 판단은 거의 끝났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이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니라 2년 반 동안 하루도 쉼 없이 지방 검찰청 규모의 검사들이 달라붙어 수사해왔다. 수없이 일방적으로 수사하고 피의사실 공표하고 수백 건 압수수색을 했던 거 아닌가. 그걸 보고서도 이 대표가 단돈 10원이라도 받은 게 없다고 나왔는데 오히려 이 대표에 대해 민심과 다른 판단이 나온다면 국민은 더 분노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더라도 사법부 판단까지 의심하면 곤란하지 않나.
”결과는 존중할 수밖에 없고 판사를 비판해선 안 된다고 본다. 다만 그것이 전지전능한 게 아니다. 그건 항소해서 다퉈야 한다. (결과가 안 좋으면 민주당 지지가) 중도로 일부 이동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현 집권세력이 보기 드물 정도로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민생에 무대책인 이 상황에서 이재명에 대한 신뢰를 그 판결 하나로 결정하나. 지난 수사과정에서 검찰정권의 정치탄압적 성격을 국민이 알고 있는데 그 수사에 따른 판결 결과에 대해 국민이 상식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워질 경우 김동연, 김부겸, 김경수 같은 비명계 정치인들이 크게 관심받을 것으로 보나.
”이재명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반사이익으로 주목도가 올라간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김동연 지사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경기 도정을 이끌고 현 정권에 대한 시의적절한 비판도 하는데 국가 전체에 대한 비전을 앞으로 더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누가 다른 주자가 되든 이재명 지지를 받지 않고 될 수 있겠나, 이재명 지지자들은 흩어지지 않아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과거와 달라진 건 비주류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저도 사실 이 대표에게 쓴소리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니 ‘수박’ 소리를 듣는다.(웃음) 이재명 팬덤이나 강성지지자의 목소리가 센 것은 이 대표가 의도했다기보다 윤 정권의 파행적 국정운영이나 국민 분열적 행태 등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낸 반사적 현상도 있다. 그러니 당원과 적극지지층이 이 대표를 지지하고 의원들도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다.”
-11월 사법위기를 돌파한다면 이후 차기 대선까지 뭘 부각시킬 건가. 이 대표의 강점이 뭔가.
”우리 사회 약자들, 돈 없고 빽 없고 어렵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 있다. 이런 진정성에다 민생에서 유능함이 있다. 극단적, 이념적이란 비판이 있는데, 내가 이 대표를 가장 오래 본 사람이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로서) 실용주의자에 현실주의자고 실사구시와 결과를 중시한다. 사회문제를 끊임없이 천착한 DJ(김대중) 같은 준비된 리더인 데다 노무현의 열정과 용기를 이재명이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