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과 부의장, 국회 사무처 고위급이 이용하는 관용차 중 전기차는 한 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건물이나 관용차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증가 추세로 드러나면서 친환경 입법을 다루는 국회부터 변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녹색연합이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회 사무처 기후위기 대응 실태 자료에 따르면, 국회에 등록된 관용차량 47대 중 전기차 비율은 8대(17%)에 불과했다. 서울시가 2021년에 이미 관용차 중 전기차 비율을 64%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특히 국회의장단(의장, 부의장 2명)과 국회사무처 고위급(사무총장·입법차장·사무차장) 6명이 이용하는 관용차 10대는 휘발유 8대, 하이브리드 1대, LPG 차량 1대로 전기차가 전무했다. 국회의원 및 보좌진, 국회 직원 등이 타는 국회 등록 차량 총 4,882대 중 전기차 비율은 120대(2.5%) 수준이었다.
국회가 사무실, 회의실, 관용차 등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도 2021년 2만989톤에서 지난해 2만2,233톤으로 증가했다. 온실가스 기준배출량 대비 감축률도 2021년 14.6%, 2022년 12.6%, 2023년 7.2%로 떨어졌다. 온실가스 기준배출량은 탄소중립기본법 등에 따라 한 기관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을, 감축률은 기준배출량 대비 실제 배출량 비율을 각각 의미한다. 감축률이 작다는 것은 그만큼 온실가스를 많이 사용했고 감축 노력은 부족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20년부터 올 8월까지 국회가 사용한 전력 중 태양광, 지열 등 재생 가능 에너지 비율은 3.5% 수준이었다. 독일 연방의회가 2013년부터 사용 전력의 30%를 재생 가능 에너지를 통해 공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녹색연합은 "국회의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사용 노력이 매우 미흡하다"며 "입법부인 국회 스스로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앞장서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장식 의원은 국회를 기후·생태위기 대응을 위한 상징적 기관으로 전환하기 위해 '국회 녹색전환 센터' 설치를 제안했다. 신 의원은 "국회 녹색전환 센터가 국회의 탄소 배출, 에너지 사용뿐만 아니라 자원순환과 물 순환, 녹색 교통, 녹색 교육까지 포괄해 다룬다면 기후 대응의 상징적 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