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의 '이자 장사'에 대해 "은행이 혁신을 통해 거둔 이익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처럼 수출을 많이 하는 제조업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 혁신한 결과로 이익을 거뒀지만, 은행은 혁신이 있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은행과 상생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겠다"고 덧붙였다.
5대 금융그룹의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당기 순이익은 16조5,8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조6,559억 원)보다 5.9%(9,246억 원)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은행은 가계대출 증가 억제를 명목으로 대출금리를 높이면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존 대출 금리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내려갔지만, 신규 대출은 가계부채 관리 때문에 기준금리가 내려간 만큼 반영되지 못했다"며 "한은이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점차 신규 금리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체계도 개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실제 비용만 반영해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점검한 결과 현재 수준보다 절반 정도로 내릴 수 있겠다는 잠정안을 받았다"며 "최종 검증 작업이 필요해 내년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은 현재 1.2~1.4% 수준인데 0.6~0.7%로, 신용대출은 현재 0.6~0.8%에서 0.4% 내외로 조정될 것으로 금융위는 내다봤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선 전세대출 DSR 확대 적용, 2금융권 대상 DSR 규제 강화 등을 거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9월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지만, 추석 연휴도 있었다"라며 "9월보다는 증가 폭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추가 조처를 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지 10월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세대출자 상당수가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로 분류돼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전세대출 DSR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실행에 옮기기는 굉장히 어려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을 공급하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9일에도 국토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대출 보증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했다가 금융위가 제지해 중단된 바 있다. 시장에선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HUG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해 내야 하는 유가증권신고서 내용에 대해 금융당국과 합의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정책대출을 제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대출이 늘어나는 속도와 가계대출 증가 상황을 연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 국토부와 금융위는 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