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에 일감 몰아준 '풍경채' 제일건설... 과징금 97억

입력
2024.10.30 14:30
시공능력 없는 두 계열사 '공동도급 계약'
공사 일감 제공해 건설실적 쌓기 도와

제일건설이 총수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에 공동 도급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제일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풍경채’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는 제일건설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6억8,900만 원을 부과한다고 30일 밝혔다. 제일건설 그룹은 자산총액 3조9,000억 원 수준의 중견 기업집단이다. 그중 제일건설은 그룹 내에서 아파트 시공사업을 단독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건설사인데, 공정위는 제일건설이 시공능력이 부족한 계열사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 ‘공동 도급’ 계약을 통해 일감을 부당 지원했다고 봤다. 제일건설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공사업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두 계열사를 공동 시공사로 선정해 공사 일감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건설의 일감 몰아주기 덕분에 두 계열사는 크게 성장했다. 제이제이건설은 1,574억 원의 시공매출과 138억 원의 시공이익을, 제이아이건설은 848억 원의 시공매출과 107억 원의 시공이익을 얻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각각 2016년 1,337위에서 2020년 205위로, 2017년 546위에서 2023년 405위로 크게 올랐다.

공정위는 제일건설의 부당지원 행위가 공공택지 분양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제일건설 덕분에 상당한 규모의 건설실적이 쌓인 두 계열사는 이후 공공택지 청약자격 요건(3년간 300가구 주택건설) 등을 쉽게 맞출 수 있었고 이후 공공택지 추첨에 당첨되기도 했다. 한용호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집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장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 기업집단에서의 부당지원 행위가 적발됐다”며 “건설사의 경쟁상 지위를 인위적으로 제고시키는 반칙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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