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북한 공작원과 연락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하연호(71) 전북민중행동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김상곤)는 3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 대표에게 2015년 11월 27일 이전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이후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하 대표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확정 판결을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범죄 사실을 나눠 형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메일로 주고받은 내용을 보면 음어(陰語)를 사용하거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공모하는 등 일반인이 도저히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며 “피고인의 주장대로 순수한 동기에 의한 평화통일 활동, 농민운동의 일환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북한 공작원과 직접 회합하고 또 회합을 위해 이메일로 출국·귀국 내역과 자료를 주고받은 점은 유죄로 인정된다”면서도 “그 외 일상적인 인사, 국내 내부 단체의 동향이나 국내 내부 정치적 의견, 자신의 활동 내역을 주고받은 것은 대한민국에 위협을 초래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무죄로 판단한다”고 했다.
하 대표는 2013∼2019년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A씨와 베트남 하노이, 중국 베이징·장자제(장가계) 등에서 모임을 갖고 회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A씨와 반미·자주,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한 주장을 선전·선동하는 내용, 공작금 수수 방법, 스테가노그래피(암호화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보안기술) 암호화 방법 등을 주고받았다. 또 A씨에게 '강성대군'이라는 문구가 쓰인 김정은 집권 1주기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하 대표는 재판이 끝난 후 전주지법 앞에서 전북민중행동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가는 한 누구도 위법을 피해갈 수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후세가 더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