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러 파병 북한 병사, 실제론 월 28만원 정도 받을 듯"

입력
2024.10.30 13:00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라디오 인터뷰
북한, 사상 최초 해외 대규모 파병
"경제 군사 외교 측면에서 실익"
"경제적 측면에선 꽤 큰 외화벌이 "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월급이 1인당 수십만 원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외화벌이 목적으로 병사들을 파견한 북한 수뇌부가 사실상 파병 대가의 대부분을 가져갈 것이라는 추정이다.

유 의원은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군이 이번처럼 1만 명이 넘는 대규모 병력을 해외에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는 ①경제적 ②군사적 ③외교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파병 배경은) 외화벌이"라면서 "국정원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병사 1인당 월 2,000달러(약 277만 원)씩 받기로 하고 갔다는데, 사실 북한에는 굉장히 큰돈"이라고 말했다. 파병 규모가 1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르면 파병 대가 총액은 약 277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파병 대가가 온전하게 병사들 손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유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전례에 비춰보면 북한군 수뇌부 또는 노동당에서 많이 뜯어간다. 북한 근로자들이 중국을 포함해 외국에 나간 적이 여러 번 있는데, 보통 80~90%는 당에서 떼어가고 10~20%만 개인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북한군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월 2,000달러의 10~20%는 약 28만~55만 원 수준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현대전의 실전 경험을 해볼 수 있는 데다, 러시아 측으로부터 첨단무기 지원 등의 실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 의원은 "북한군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러시아로부터 북한이 원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핵추진잠수함, 정찰위성, 공군 신형 전투기 등 무기체계 관련이나 군사 기술을 (파병 대가로)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군이 투입된 곳으로 알려진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전선에 대해선 "2차 대전 때 사상 최대의 전차전이 벌어졌던 평원지대"라면서 "전투 강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곳이고 평원 지역이고 산이 많은 한반도와 다른 지형이라 일단 현지 적응 훈련 및 실전 경험을 위해 쿠르스크에서 전투를 한 다음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역내나 최전선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소수의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내부에 침투했다는 이날 CNN 보도와 관련해선 "보도가 사실이라면 일부 별동대나 정찰대가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했다.

유 의원은 외교적 측면에서 이번 파병이 북한으로선 이득이 적지 않다고 봤다. 그는 "한미 대 북의 대결 구도를 이제는 한미 대 북러 구도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전 지역의 특수성이나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북한군에서 상당 규모의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고 유 의원은 전망했다. 그는 "(투입된 지역이) 평원이기 때문에 숨을 곳도 별로 없고 드론 공격에 취약하고, 아마도 북한군이 적어도 초기엔 이런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 등에 상당한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언어가 다른 북한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소통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아울러 유 의원은 미국 대선 결과 등의 영향으로 러-우 전쟁이 일단락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정부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이제는 러-우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유 의원은 살상 무기 공급 방침에 대해 "러시아가 우리에게 더 큰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견제용으로라도 테이블 위에 선택지로 살려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살상 무기는 마지막 카드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러-우 전쟁이 빨리 끝나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가 너무 적극적으로 성급하게 하는 것도 사실은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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