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30일(현지시간)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년여간 예고했던 중국 전기차 보조금 대응 조치를 결국 개시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즉각 반발하면서 양측 간 '무역 전쟁' 현실화 우려도 커졌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 수입품에 대해 30일부터 상계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집행위가 지난 4일 통과시켰던 관세 부과안을 본격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전기차 업체에 따라 기존 일반 관세율 10%에 7.8~35.3%포인트 관세가 추가된다. 최종 관세율은 17.8~45.3%다.
EU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관련 협상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이날 관세 부과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반(反)보조금 조사 착수 및 협상 개시 이후에도 양측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유럽 판매 전기차에 약 3만 유로(약 4,400만 원) '가격 하한선'을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EU 집행위는 '이 정도 제안으로는 유럽 전기차 생태계를 교란하는 중국 보조금을 상쇄할 수 없다'고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는 앞으로도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단기간 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은 아직 EU의 엄격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U 고위 당국자도 이날 취재진에게 "거의 모든 부분에서 (중국과) 사실관계에 대한 입장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EU를 상대로 추가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블룸버그는 "유럽 관계자들은 다음달 중국의 무역 보복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피해를 입는 EU 회원국들이 집행위에 전기차 관세 협상 타결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6월과 8월 EU산 돼지고기 및 유제품에 대해 각각 반덤핑·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8일에는 EU산 브랜디에 대한 임시 반덤핑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도 보복을 예고했다.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가능한 한 빨리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