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1만 명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미칠 영향력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북한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州) 전황이 뒤집힐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한편, 정작 러시아 병사들은 실전 경력이 없고 언어도 안 통하는 북한군 역량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북한군 1만 명'은 지난 8월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쿠르스크 전투 상황을 뒤엎기에 충분한 규모로 평가된다. 수십만 명이 투입된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와는 달리 쿠르스크에 주둔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약 3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병력 3분의 1에 해당하는 병력을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셈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쿠르스크 전선은 이미 한계 상황이다. 러시아군은 이곳에 병력 5만 명을 투입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5 대 3 열세'를 간신히 견디고 있었다. 여기에 북한군이 추가돼 러시아 전력의 한 축을 맡게 되면 전선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NYT는 "전문가들은 북한군 1만 명이 투입되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평가가 전투력 등 '정성적 요소'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군이 실전 경험이 없고, 러시아군과 문화 및 훈련 환경이 다르다는 한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의 도청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양국군 간 불화 정황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해당 자료에는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겨냥해 "중국인" "눈을 크게 뜨고 멀뚱히 서 있다" 등 비난성 발언이 담겼다. SCMP는 "러시아 병사들은 북한군의 지휘 체계 및 전투 장비에 (전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군도 부족한 무기와 탄약, 군 장비를 북한군에게 나눠 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점령 지역에 탄탄한 진지 방어망을 구축했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압도적 화력과 병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종 우려 속에서도 북한군 전선 투입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듯 보인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40~65㎞ 떨어진 막사에서 훈련받고 있다는 보도(NYT)가 나오는가 하면, 북한군 3,000명이 쿠르스크에서 '야간 사격 훈련'을 했다는 우크라이나군 발표도 나왔다. 다만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 배치'와 '러시아군 후방 공병 지원' 중 어떤 임무를 맡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우크라이나 본토를 겨냥한 러시아군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8, 29일 밤사이 폭격이 이어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4명이 다치고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10월 기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추가 점령 면적이 478㎢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8, 9월 점령 면적인 477㎢, 459㎢보다 넓으며,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번째로 큰 진격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