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74억 드는 유기동물 관리.. 밑 빠진 독에 물 붓지 않으려면

입력
2024.11.05 08:00
이형주의 '동물복지 이야기'

얼마 전, 경북 상주시 동물보호센터가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 계정에 게시된 짧은 영상이 눈길을 잡았다. 입양 가능한 동물을 재치 있게 홍보하는 상주시 동물보호센터 소셜 미디어는 팔로워 수가 3만4,000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있다. 영상 속에서 한 사람은 웅덩이의 물을 종이컵으로 퍼내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호스로 웅덩이에 물을 들이붓고 있다. 종이컵으로 퍼내는 물은 ‘입양’이고, 물이 흐르는 호스는 ‘입소’(동물)라는 설명이 붙었다. 웅덩이는 ‘대한민국 동물보호센터’였다. 아무리 동물보호센터에서 노력하더라도 입양되는 동물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동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영상은 ‘물 붓는 사람이 바보’라며, “‘실외견 중성화수술 지원사업’에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끝난다.

실외견 중성화수술 지원사업은 정부가 2022년부터 보호소에 입소하는 동물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실외 사육견을 37만5,000마리로 추정하고, 2026년까지 이중 85%에 해당하는 31만9,000마리를 중성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물보호센터의 동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을 잠시만 살펴본다면 누구든 이 제도의 중요성에 공감할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매년 발표하는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동물은 총 11만3,072마리. 반면 ‘안락사’는 18%, ‘자연사’는 27.6%에 달한다. ‘자연사’라고 표현하지만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보호소에서 전염병으로 죽는 것은 ‘자연스러운’ 죽음과는 거리가 멀기에 ‘폐사’라고 봐야 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포인핸드가 국가동물보호관리시스템의 입양 공고와 처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비품종견은 6만3,034마리로 품종견 1만7,423마리보다 3.5배 많았다. 비품종견 중 대부분은 대부분 실외에서 길러지는 개, 소위 ‘마당개’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태어난 강아지들이다.

이런 동물들이 동물보호센터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도 문제지만 살아나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은 소형견, 품종견을 선호하기 때문에 비품종견은 품종견에 비해 안락사율과 폐사율이 높다. 2023년 기준으로 안락사된 18만6,419마리 중 품종견은 1,267마리, 혼종견은 2만2,103마리로 믹스견이 17배나 많았다. 폐사(자연사)한 개체의 경우 품종견은 1,161마리, 혼종견은 1만5,020마리로 12배에 달했다. 맡아서 돌볼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태어난 개들이 보호소에서 죽는 무의미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민간단체에서는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놓인 개들을 구조해 보호하는데, 민간단체라 하더라도 입양처를 찾기가 쉽지 않아 많은 돈을 들여 해외로 입양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2021년 국무회의에서 ‘반려·유기동물 관리체계 개선방안’이 마련되면서 실외견 중성화수술 지원사업이 도입되었다. 정부가 실외견의 번식을 유기동물 발생 원인으로 인식하고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사업 성과가 턱없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5년 동안 31만9,000마리를 중성화하려면 매년 6만4,000마리를 중성화해야 하는데, 애초에 예산은 매년 1만8,000마리 정도를 수술할 정도만 잡혔다. 연간 목표치의 28.1% 수준이다.

심지어 확보된 예산도 다 쓰지 못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예산 15억 중 집행비율은 63.5%, 마릿수는 1만2,594마리에 불과했다. 그나마 2023년에는 예산 15억6,000만원 중 82.2%를 사용해 1만8,329마리를 중성화하는 수준으로 나아졌지만, 목표를 달성하기엔 여전히 미진한 사업 실적이다. 2022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중성화수술을 한 동물은 3만8,000여 마리로 목표치의 12%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유실·유기동물 발생율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별 편차도 크다. 사업 참여율이 높은 곳과 낮은 곳은 원인이 무엇인지, 현장에서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조사해 대책을 세우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고, 개와 함께 이동이 어려운 노령층 보호자는 이동 봉사를 지원하는 것도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경남 고성군은 지난해 1,159마리 중성화수술을 실시했는데, 신청하는 사람에게는 이동 봉사를 제공한다. 비영리민간단체인 ‘국경없는 수의사회’는 수의사와 수의대생이 참여해 경기도 양주시, 충북 음성 등을 찾아가 실외견 중성화수술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이동식 중성화수술 클리닉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미국에서는 공공과 민간에서 운영하는 이동식 중성화수술 클리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전국 228개의 동물보호센터에서 유실·유기동물을 관리하는데 들어간 예산은 374억이다. 무분별한 번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버려진 동물을 구조, 보호하거나 안락사하는 것보다 더 인도적이고 사회적 비용도 적게 든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유기동물 관리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 ‘물 붓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정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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