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가 동물학대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영국과 루마니아 등 유럽에서 모피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은 루마니아에서 모피 생산을 위한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영국에서도 모피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고 29일 밝혔다.
루마니아에서는 이달 22일 밍크, 친칠라 등 모피 생산을 위한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로써 모피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유럽 국가는 26개가 됐다. 이번 법안 통과는 HSI유럽의 설문조사에서 루마니아 국민 67%가 모피를 금지한다는 결과가 나온 데 이어 모피 종식을 촉구하는 청원서 7만4,000건이 의회에 제출된 데 따른 것이다. 2013년 150개 이상이던 루마니아 내 모피 공장 수는 2022년 12개로 줄어드는 등 이미 모피에 대한 인기는 식어가고 있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지난주 루스 존스 노동당 의원이 모피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영국 내 모피 농장은 불법이지만 여전히 수입은 허용되고 있다. 이번 법안에는 수입 금지 대상을 개, 고양이, 물개 모피뿐 아니라 여우, 너구리, 밍크, 친칠라, 코요테 등 모든 종의 모피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HSI는 2019년부터 5년간 영국으로 수입된 모피 생산을 위해 약 700만 마리의 동물이 도살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존스 의원은 "이제는 잔인하고 불필요한 산업을 중단할 때"라며 "이번 모피 수입 금지 법안은 전 세계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피 농장이 바이러스 전파 중심지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지난달 중국의 모피 농장 조사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 39종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모피 농장은 또 다른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경고했다.
모피 반대 물결에 따라 샤넬, 돌체앤가바나, 생 로랑, 발렌티노, 프라다, 구찌, 베르사체, 알렉산더 맥퀸, 발렌시아가, 아르마니를 포함한 세계 주요 패션 브랜드 대부분은 이미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한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모피는 약 1,107억 원에 달한다. HSI는 진도, 대동, 선진 등 국내 모피 전문 브랜드들이 중국산 수입 모피를 취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