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군의회가 전국에서 최초로 접경지역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으나 군수가 거부권을 행사(재의 요구)하면서 폐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군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재구 의원은 지난달 12일 ‘연천군 남북협력 및 접경지역 안전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은 군수가 접경지역의 안전보장을 위해 △부유물의 살포 및 유해물질의 배포 등 주민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 △공공의 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행위 △그 밖에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이 접경지역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처벌 규정은 없지만 군수가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군의회는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 같은 달 27일 제288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연천군의회는 국민의힘 5명(의장 포함), 더불어민주당 2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인 김덕현 군수가 제동을 걸었다. 김 군수가 이달 들어 재의를 요구하자 군의회는 재의결 절차에 돌입했다. 김 군수 등 군 집행부는 재의 요구서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취지 위배 소지 △소관사무(통일부) 원칙 위배 소지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를 사실상 제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윤 의원은 “해당 조례는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역할에 속한다”며 재의 요구에 조목조목 반대의견을 냈지만 29일 열린 군의회 제28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5대 2로 부결돼 해당 조례는 폐기됐다.
윤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집행부의 이번 재의 요구는 주민 고통을 철저히 외면한 행동”이라며 “주민 안전이 최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자구책을 마련해 재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천희망네트워크 관계자는 “대북 전단 살포로 2014년 북측이 연천 지역에 고사포를 쏴 피해를 본 적이 있는데도 해당 조례를 폐기한 것은 주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지방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주민 안전을 위해 대북 전단 살포를 끝까지 막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