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LG유플러스의 통합관제센터. 55인치 화면 27개를 이어붙인 초대형 상황판이 끊임없이 움직였다. 고객센터로 들어오는 통신망 오류 신고 현황부터 이날 오전 충남 서천군의 한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와 이날까지 경기 부천시에서 열리는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정보가 들어와 있었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을지라도 향후 통신 품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이벤트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한편에는 사용이 많은 애플리케이션(앱) 90여 종의 명단과 실시간으로 접속이 잘 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녹색 불들이 들어와 있었다. 카카오톡과 네이버,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물론 쿠팡 같은 쇼핑 서비스, 항공·은행·증권사 전용 앱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배틀그라운드·브롤스타즈·쿠키런 같은 인기 게임도 포함됐다.
LG유플러스는 자체 유무선망뿐 아니라 직접 만든 빅데이터 기반 감시 시스템을 활용해 외부 서비스의 품질까지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기존 통신 서비스 관제가 '우리 것'만 챙겼다면 이제는 실제 온라인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 중심으로 관점을 바꿔 '남의 것'도 챙기게 됐다는 설명이다.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망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홍화 통합관제기획팀장은 "네트워크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관리해야 할 곳도 많아졌다"며 "당장 문제가 있는 게 우리 장비인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비스가 안 되는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고 원인을 파악해 조치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통합관제센터는 LG유플러스가 흩어져 있던 통신 장비 관리 기능을 한자리에 모은 곳이다. 올해 3월부터 운영됐으며 100여 명이 4교대로 24시간 동안 일하며 통신 품질을 실시간 확인하고 문제가 있는 통신 장비를 빠르게 파악해 담당자에게 알려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한다. 2023년 초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으로 장시간 인터넷 접속이 중단돼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던 뼈아픈 경험이 반영돼 장비의 보안 이상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동안 사람이 손수 진행하던 일부 업무는 효율성을 높이고 위기 상황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 가상의 '자동화 로봇(RPA)'에 처리를 맡겼다. 예를 들어 태풍이 동반한 많은 비와 낙뢰로 이동통신 기지국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 전국·권역별로 장비 피해 현황을 빠르게 살피고 정리해 복구해야 할 장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현장 담당자에게 안내하는 식이다. 불꽃축제처럼 인파가 몰릴 경우에도 RPA가 기지국별 통신량 정보를 정리해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료를 바탕으로 근무자가 통신량이 몰린 특정 기지국의 부하를 더 빠르게 분산할 수 있다.
강봉수 LG유플러스 품질혁신센터장은 "앞으로도 RPA와 같은 혁신적 기술 도입을 통해 품질 관리 역량을 강화해 고객의 기대를 넘는 최상의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