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정 인사혁신처장 “우리 딸도 공직 도전하도록 하는 게 목표”

입력
2024.10.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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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봉급 3% 인상 추진... ‘8년 만의 최대폭’
9급 초임 임금 내년에도 6% 수준으로 추진
올 3010만원 ‘9급초봉’ 2029년엔 4250만원

“제 딸들이 모두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요즘 공직사회는 비상이다. 낮은 보수에 경직된 조직문화, 예전 같지 않은 직무 만족도, 그 때문에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하락하고, 공무원이 됐다가도 조기 퇴직하는 이들이 는다. 지난 7월 취임 후 100일(10월 11일)을 즈음해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연원정(55) 인사혁신처장은 “자식에게 공무원의 길을 권하지 못하는 현실이 공직사회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본다”며 “하나하나 개선해서 젊은이들이 다시 찾는 공직, 활기 도는 공직사회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을 선발·양성하는 정부기관 수장으로서, 연 처장이 보는 공무원 인기 하락 이유는 일반 국민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는 “10여 년 전만 해도 100인 이상 기업에 입사한 대졸 초임보다 공무원 보수가 높았는데, 최근에 봤더니 5인 이하의 중소기업 대졸 초임 급여보다 낮더라”며 “공무원연금 매력도도 떨어지고, 민간 부문의 고용 안전성이 올라가면서 공무원 직업에서 매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그가 취임 후 ‘처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잡고 내년 3% 공무원 봉급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다. 연 처장은 “3%대 인상은 8년 만에 처음"이라며 "그중에서도 9급 초임 인상률은 올해와 같은 6%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입직한 9급 공무원의 연봉은 3,010만 원으로 '연봉 3,000만 원 시대'를 열었는데, 이들의 2029년 연봉은 4,300만 원 수준이 된다. 초급 공무원 연봉의 인상폭을 평균치 이상으로 당분간 지속 인상한다는 게 인사처의 계획인만큼 저연차 공무원의 처우는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고시 39회로, 1996년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과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연 처장은 공무원연금개혁과 고위공무원단 제도 도입, 공무원노조와 정부교섭 타결을 끌어낸 행정가다. 특히 작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는 대통령실 인사제도비서관으로 근무한 인사 전문가다. 그런 그가 봐도 지금 상황은 ‘위기’다. 사회가 고도화하면서 복잡해진 행정 환경이 공무원들이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다. 연 처장은 “특히 행정이 투명해지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줄었고 관련 공무원의 업무 강도와 난도가 상승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처우가 따르지 못했다”며 “실질소득 하락, 그로 인한 공무원들의 이탈은 어떤 ‘추세 전환’의 신호일 수 있는 만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우 개선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 2020년 7건에서 2022년 22건으로 급증한 공무상 자살 사고로 대변되는 마음 건강 문제가 대표적이다. 연 처장은 “공직 사회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 공무원이 됐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은 다행”이라면서도 “이들의 성취감을 키울 방안 마련에도 골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조기 퇴직한 이들은 경직된 조직문화와 함께 국회 입법권력 강화 등에 따른 성취감 저하 등을 퇴직 이유로 꼽았다.

이와 관련 연 처장은 일할 맛 나는 조직문화와 일ㆍ가정 양립 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국민 입장에서는 같은 공무원이지만, 공무원 사회에서는 부처·소속·기관별 이기주의와 칸막이 때문에 ‘원팀’ 구성이 잘 안 되고, 그 때문에 행정 효율성이 하락하면서 사기와 성취감도 떨어지고 있다”며 “기관 간 전략적 인사교류를 확대해 부처 간 벽을 더 허물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벽을 허물어 더 다양하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를 통해 성취감을 스스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공직에 헌신적인 인재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 추세가 유지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업무에 상응하는 처우, 시대 흐름을 읽은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제가 더 뛰어야지요.”



세종= 정민승 기자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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