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7500명 수업 현실화... 교육당국 플랜B는 '현 1학년 예과 6개월 단축' 유력

입력
2024.10.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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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학번 내년 동시 수업 땐 파행 우려
현 1학년 세 학기에 '예과 2년' 이수 검토
5.5년 재학, 25학번보다 반년 일찍 졸업
연 1회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시행할 필요
현장 "적용 가능 여부, 대학 여건에 달려"

정부가 29일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을 대학별로 자율 승인하도록 물러서면서, 진급하지 못한 올해 1학년생(24학번)과 증원된 내년 신입생(25학번)을 합한 7,500여 명이 내년부터 함께 수업을 듣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했다. 교육부는 의대 학사 파행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24학번 의대생의 예과 2년 과정을 1년 6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대학들과 협의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예과 4학기 과정을 3개 학기에 집중 이수하면, 실습이 본격 시작되는 본과부터는 25학번과 교육과정이 겹치지 않아 부실 교육을 피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날 본보가 확인한 교육당국의 의대 교육과정 단축 방안에 따르면, 당국은 24학번 학생들이 내년부터 총 6년(12학기)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 반 만에 이수하고 6개월 일찍 졸업하는 대책을 상정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집단 휴학 신청으로 올해 수업을 통째로 거부한 이들이 내년 예과(총 4학기)에 복귀해 1학기에 2개 학기, 2학기에 1개 학기를 듣는 방안이다. 예과는 교양 과목이 다수 포함되므로 방학이나 주말을 활용해 교양 수업을 들으면 1년간 3개 학기를 압축해 이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5학번 신입생이 입학 첫해 정상적으로 예과 2개 학기를 이수하면, 내후년부터 24학번은 25학번보다 한 학기 앞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실습이 본격화하는 본과 기간(3~6학년)에 두 학번 학생들이 수업을 동시에 듣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예과 단계에선 교양이나 기초과학 과목을 주로 듣기 때문에 두 학번이 겹쳐 수강 인원이 100명씩 늘어난다고 해도 학사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을 테지만 의학 실습 수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본과에선 두 학번이 같이 듣는 상황을 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3개 학기분 수업을 들은 24학번은 이후 정상적으로 2026~2029학년 1·2학기와 2030학년 1학기를 거치면 총 12개 학기를 이수해 졸업할 수 있게 된다. 25학번은 한 학기 늦은 2030학년 2학기에 졸업 요건을 충족한다. 이들이 의사 면허를 원활히 취득하도록 2030년 의사 국가시험은 연 1회에서 2회로 추가 시행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의사 국시 추가 시행은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 검토를 거쳐 결정될 사안이다. 앞서 2020년에도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하며 의사 국시를 집단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정부가 시험 일정을 늦춰주고 이듬해 1월 추가 시험을 시행한 전례가 있다. 정부 입장에선 의대생 집단행동에 따른 신규 의사 배출 일정 공백을 1년에서 6개월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런 방안이 실제 통할 수 있을지는 대학별 여건에 달렸다. 정부는 올해 초 의대 학사 유연화 차원에서 예과와 본과를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이에 따라 예·본과 통합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한 일부 대학은 정부 방안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사립대 의대 교수는 "예·본과를 통합하면서 본과 시신 해부 실습이 예과 2학년에 들어간 학교도 있어 일괄로 (적용될 거라)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세부적인 방식을 어떻게 할지는 학사 운영을 하는 대학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손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