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와 그 이전 세대를 구분 짓는 주요 특징 중 하나다. X세대, 밀레니얼세대(1980년대~1990년대 초 출생)가 각각 학력고사와 수능으로 대표되는 '줄 세우기 교육' 체제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오늘의 1020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압축되는 '전인 교육' 내지는 '다양성 교육'이 보편화된 시대에 나고 자랐다.
학력고사·수능에서 학종으로의 개편은 대입의 원칙이 정량 평가에서 정성 평가로 바뀌었다는 걸 의미한다. 이건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었다. 대한민국이 발전하면서 더 이상 선진국 뒤를 좇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입식 암기 교육의 부작용이 대두되며 사회 곳곳에서 교육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결과 2002년 28.8%에 불과했던 수시 전형(정시 71.2%)은 2020년 77.3%(정시 22.7%)까지 꾸준히 늘었다. 2008년에는 학생의 배경과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가 첫발을 뗐다. 그 후신인 학종은 이제 대입에서 주류가 됐다.
한때 들불처럼 일었던 청년세대의 공정 요구는 학창 시절 경험에서 출발한다. 학종과 같은 정성 평가의 문제는 평가 기준이 다양화하는 만큼 부모의 개입 여지를 늘린다는 점이다. 평범한 부모들은 제공할 수 없는 경험들이 잠재력으로 포장되면 입시에서 양극화는 한층 더 벌어진다. 청년들이 "차라리 시험 보고 일렬로 줄 세우는 게 낫다"고 주장했던 건 시험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그나마 그게 부모의 영향력이 덜 개입되는 방편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지속됐던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의 명암은 뚜렷하다. 교육 다양성 확대, 학생 인권 신장이 빛이라면 기초학력 저하, 교권 붕괴는 그림자다. 평등이라는 가치에 기반한 대입 정성 평가 확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청년세대에선 그림자로 보는 여론이 더 우세한 듯 보인다. 입시 비리를 향한 분노가 걸핏하면 불거지는 걸 보면 말이다.
따라서 교육은 기본적으로 보수 진영에 유리한 운동장이 됐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그 귀책 사유가 어디에 있는지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지난 서울교육감 보궐선거만 해도 보수 진영 후보로 나선 조전혁 후보가 '수능 확대', '기초학력 제고', '교권 회복'과 같은 이슈 몇 가지만 적극적으로 밀었더라면, 그는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그는 전교조를 깨부수고 좌파 이념 교육을 척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보수 진영은 한술 더 떠 일제강점기를 미화하고 이승만의 과오를 덮는 소위 '뉴라이트 교과서'를 도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수 교육에서 뉴라이트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세력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진보 진영은 오랜 기간 교육에서 의제를 이끌었고 철학의 상당 부분을 정책으로 반영했다. 흐른 시간만큼 반작용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보수 진영은 여전히 1950년대에 머무르며 그 반작용에 따르는 민심을 조금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 교육이 뉴라이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단일화를 열 번 하고 선거를 백 번 치르더라도 교육감 선거에서 이길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