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관 출신 변호사가 알려주는 불송치 노하우.'
'판사 출신 변호사가 제공하는 무죄, 집행유예 전략.'
요즘 법무법인 홈페이지나 변호사 블로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홍보 문구다. 형사 사건에 특화된 '형사 전문 변호사' 업계가 요즘 치열한 경쟁으로 뜨겁다. 포털 사이트나 블로그엔 "경찰,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각 수사 단계에 적절한 대응법을 제공한다"는 홍보가 이어지고, 수십만~수백만 원을 내면 형량을 줄일 수 있다는 '감형 패키지' 상품도 인기다.
형사 사건 변호가 돈 되는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며, 형사법 전문 변호사 수도 10년 새 40배 가까이 증가했다. △성범죄, 사이버 범죄 등 새로운 유형의 형사 사건이 증가하고 △변호인 역량에 따라 형량이 크게 변하는 형사 사건의 특징이 작용한 결과다.
29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변협에 등록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2014년 73명에서 올해 2,780명으로 10년간 38.1배 증가했다. 전체 전문 변호사가 850명에서 5,848명으로 6.8배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절반 넘는 신규 전문 변호사가 형사로 몰린 셈이다. 같은 기간 민사법 전문 변호사는 16.4배(36→592명), 의료 전문 변호사는 2.3배(45→103명) 늘었다.
형사법 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선 변협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3년 이상 법조 경력을 보유하고 △전문 분야 교육을 14시간 이상 이수하며 △최근 3년 내 30건 이상의 사건을 수임하는 게 요건이다. 이를 충족한 변호사가 변협에 자료를 제출하면 전문 분야 등록심사위원회 검토를 거쳐 자격이 부여된다.
형사법 전문 변호사가 인기를 끄는 것은 '영업'에 필수적이기 때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변호사 수가 급증하며 경쟁이 심화됐고, 이에 따라 '전문' 타이틀이 생존에 필수가 됐다. 지난해 7월 기준 변협에 등록된 변호사는 2만8,131명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기 이전인 2011년(1만976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변협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형사 사건은 수요가 많기 때문에 형사법 전문 변호사를 따려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사이버·성범죄 사건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되고 수사가 확대되며, 형사법 전문 변호사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2018년 12월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되며 불법 촬영 처벌 규정이 마련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딥페이크 등 신종 범죄 유형이 계속해서 증가하며 관련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김채윤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불법 촬영이 범죄로 인정된 후 로펌의 컨설팅 및 홍보 활동도 확대됐다"며 "전통적 범죄 양상이었던 강간, 준강간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성범죄가 발생하다 보니 형사법 전문 변호사도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사 사건의 경우 변호인 역량에 따라 기소나 구속 가능성이 현저히 달라진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형사공탁금 신청, 반성문 작성, 봉사활동, 공무원 시험 준비 등 변호사를 통해 각종 감형 사유를 안내받고 그에 따라 형량을 줄일 수 있는 구조적 원인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사 사건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형사법 전문 변호사를 찾는 이들 역시 늘었다"고 짚었다.
형사법 전문 변호사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저마다 수사기관 근무 경험을 앞세우거나 전관 출신을 강조하기도 한다. 과거 장관급 자리를 지냈던 한 유명 변호사는 소속 로펌 홈페이지를 통해 장관 출신임을 내세우며 '강제추행 무죄, 준강간 무혐의 등을 이끌어냈다'고 홍보 중이다. 판사와 검사로 근무한 경력을 보유한 한 로펌 변호사는 판사 재임 시절 자신이 '카메라 이용 촬영사건 무죄 주심 판사' '강제추행사건 무죄 주심 판사'였다고 소개했다.
일각에선 '퇴직 후 변호사로 근무할 것'이란 고려가 현직 경찰관이나 판·검사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변호사는 판사의 미래 직업"이라며 "많은 판사들이 퇴임 후 전관으로 근무할 것이란 고민을 하는 만큼 현직 업무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감형을 적극 홍보하느라 때론 범죄자를 감싸는 문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전진숙 의원은 "성범죄를 경시하거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한 자극적 광고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며 "변호사법 개정 등으로 범죄 인식을 왜곡하는 광고 행태를 바로잡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