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강민호 그늘에 가렸던 김태군, 우승 포수 꿈 이뤘다

입력
2024.10.28 23:24
MVP는 아쉽게 1표 차로 놓쳐

KIA 안방마님 김태군이 당당한 주전으로 우승 포수 꿈을 이뤘다.

김태군은 그간 리그 최고 포수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9번째 구단 NC에서 주전 포수로 2017년까지 안방을 지켰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백업 신세가 됐다.

경찰야구단에 입대한 사이 양의지(현 두산)가 NC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NC가 2020년 우승을 이뤘을 때는 양의지에게 밀려 한국시리즈를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입지가 줄어든 김태군은 2022년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삼성에서도 주전 포수 강민호가 버티고 있어 여전히 백업 역할에 머물렀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김태군에게 손을 내민 건 KIA다. 안방 보강이 시급했던 KIA는 지난해 7월 내야수 류지혁을 삼성에 내주고 김태군을 영입했다.

올해 김태군은 신예 포수 한준수와 정규시즌 경쟁에서 살짝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화려하게 빛났다. 5경기 내내 주전 마스크를 쓰며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4차전에서는 데뷔 후 첫 만루 홈런을 터뜨려 팀 승리를 이끌었고, 시리즈를 끝낸 28일 5차전에선 결승타를 날렸다.

수비에서도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리드했으며, 마지막 9회초 2아웃에서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삼진을 잡자 마운드로 달려가 정해영을 끌어 안고 기뻐했다.

김태군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1표 차로 김선빈에게 밀려 놓쳤지만 우승 포수라는 타이틀을 단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기에 아쉬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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