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농도 또다시 사상 최고치... "1.5도 목표 분명히 벗어나" 경고

입력
2024.10.28 22:03
세계기상기구 '제20회 온실가스 연보' 발간
지난 20년 간 이산화탄소 농도 11.4% 증가
기후변화에 숲·바다 천연 탄소 흡수원도 약화
"현 대책으론 2.6%만 줄어... 43% 줄여야"

지난해 전 세계 온실가스 평균 농도가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0년 간 이산화탄소 농도만 10% 넘게 급증하는 등 계속된 상승 추세에 "정책 결정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할 때"라는 경고 목소리가 나온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28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이 담긴 '제20회 온실가스 연보'를 발표하면서 "이산화탄소가 인류 역사상 경험한 적 없는 속도로 대기 중에 축적돼, 향후 수년 동안 지구온난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연보에는 △이산화탄소 420.7ppm △메탄 1,934ppb △아산화질소 336.9ppb 등 지난해 전 세계 온실가스 평균 측정치가 수록됐다. 이는 산업화 이전인 1750년 추정치 대비 각각 151%, 265%, 125%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중 특히 심각한 것이 이산화탄소 농도다. 국제적으로 배출량 자체가 끊임없이 늘고 있는 데다가 한번 배출되면 수백 년을 대기 중에 머무는 특성 때문이다. WMO가 연보를 처음 발간한 2004년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는 377.1ppm이었는데, 이후 20년 간 이산화탄소는 11.4% 증가했다. 화석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는 기후온난화 영향의 약 64%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바다, 숲, 토양 같은 '천연 탄소 흡수원' 기능도 점점 약화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WMO는 배출된 이산화탄소 중 절반가량은 대기 중에 남고, 나머지 절반은 바다와 육지 생태계가 흡수해왔지만 기후 위기로 인해 그 순환 고리가 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 배럿 WMO 사무차장은 "우리는 잠재적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기후변화 자체가 생태계를 '더 큰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산불은 더 많은 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할 수 있고, 더 뜨거워진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줄어들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남아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게 되면 인류 사회에 중대한 우려를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우리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궤도에서 분명하게 벗어났다"고 우려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사울로 총장은 "현재 각국이 약속한 기후대책으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고작 2.6% 줄일 뿐"이라며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43%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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