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8일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서 여당의 상설특검 추천을 배제하는 국회규칙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김건희 여사 상설특검 추진 관철 수순이다. 아울러 야당은 국회의 예산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청문회까지 동행명령 의결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도 통과시키면서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이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국회규칙 개정안과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등 6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수적 열세로 법안 통과를 막지 못하자 회의장을 퇴장하고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 및 규칙 개정안은 31일 운영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상설특검 후보추천 관련 국회 규칙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로 개정됐다. 기존 후보추천위 구성에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할 수 있도록 한 내용에서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이 연관됐을 경우 여당을 배제하도록 한 게 골자다. 대신 비교섭 단체가 의석수에 따라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김 여사 상설특검을 추진 시, 민주당 2명, 혁신당 1명, 진보당 1명씩 추천이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에 불참한 대신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에 나섰다. 운영위 여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입법독재를 뛰어넘어서 정부의 행정사법에 영향을 미치려는 아주 심각한 야욕을 드러냈다"며 "국회를 상설 검찰화하는 부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소위에서는 여야가 11월 30일까지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예산안과 세입부수법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할 수 있도록 한 자동 부의 제도를 폐지시키는 내용의 법안도 처리됐다. 대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간 합의로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규정했다. 본격적인 예산국회 돌입을 앞두고 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회의 예산 심사권을 강화한 것이다.
국회에 불출석한 증인들에 대한 동행명령 발동 대상을 청문회까지 확대하는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그간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한해서는 불출석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 의결이 가능했지만, 통상적인 상임위 회의나 청문회에서는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지난 7월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조사 청문회에서도 김건희 여사나 모친 최은순씨 등 핵심 증인들이 이유 없이 불출석했다. 또 증인들이 위증을 하거나 자료를 거부하는 경우에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또 국민의힘이 요구했던 국회의원이 기소 및 구속됐을 경우 세비를 지급하지 않는 국회법 개정안도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