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스라엘과 공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군사력 열세를 드러낸 이란이 역으로 핵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신예 전투기를 앞세운 이스라엘에 방공망이 쉽게 뚫릴 정도로 재래식 군사력이 뒤처지는 상황에서 이란이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장기적으로 중동 정세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난 1일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26일 이란의 무기 생산 시설과 방공망을 집중 타격했다. 이에 이란의 러시아제 S-300 지대공 미사일 포대 3곳이 파괴됐다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주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의 결과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이번 공격 때문에 이란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NYT는 전했다. 코너에 몰린 이란 입장에선 핵 개발을 유일한 방어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이란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도를 높여왔다. JCPOA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서방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골자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이란이 핵무기 3, 4개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의 중농축 우라늄을 보유했다고 본다. NYT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 속도를 높이기로 결정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이란이 국가적 위태로움을 느끼는 만큼 "언제든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미 당국자들의 우려를 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자국 공습을 비난하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겠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전쟁을 추구하지 않지만 국가와 민족의 권리를 지킬 것"이라며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공격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논의도 두 달 만에 재개됐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와 회동했다.
또 다른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미니 휴전'을 제안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카이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인질 4명을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교환하기 위해 이틀간 휴전하자"며 "이후 10일 이내에 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