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엑스(X·옛 트위터) 인수 이후, X의 기업가치는 기존 트위터 때보다 80%나 하락했다. 이런 금전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머스크가 이득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우군'인 머스크가 정치 행보를 홍보하고,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로 X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영국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머스크의 인수 당시보다 X의 기업가치가 폭락했음에도 머스크는 재정적 측면 외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머스크는 2022년 10월 현 X의 전신인 트위터를 약 440억 달러(약 58조3,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머스크는 '극우 성향 이용자'의 계정 정지 해제, 직원 80% 해고 등의 파격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애플, IBM, 코카콜라 등 대기업 광고주들은 줄줄이 X에 광고 집행을 중단했다.
그 결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X의 기업가치는 94억 달러(약 12조5,000억 원)로 추산됐다. 인수 당시와 비교할 때 79% 정도 하락한 결과다. 같은 시기 X 이용자 수도 2022년 10월보다 20%나 감소한 7,350만 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머스크가 X 인수로 누리는 혜택은 재정적 측면 이상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X의 △각종 뉴스 정보 출처로서의 영향력 △자신의 정치 견해 홍보 수단의 역할 등을 고려했을 때, X가 단순 기업가치 이상의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닉 뉴먼 수석 연구원은 "X는 여전히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고 있으며, 머스크의 자유주의적 견해를 홍보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2,700억 달러 규모의 자산가인 머스크로서는 광고 수익 감소 또한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광고컨설팅업체 AJL의 루 파스칼리스 최고경영자(CEO)는 가디언에 "머스크는 X를 '슈퍼앱'으로 만들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과 야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X 인수 이전부터 중국 텐센트의 메신저인 위챗처럼 화상통화, 결제 등 광범위한 기능을 제공하는 '슈퍼앱'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해 왔다.
결국 머스크의 X 인수가 '가치 있는 투자'였는지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머스크는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공언한 이후, 경합주(州) 보수 성향의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기 위해 '청원에 서명하면 추첨을 통해 현금을 주겠다'고 하는 등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뉴먼 연구원은 "머스크는 △X 인수 이후 높아진 자신의 대중적 인지도 △정치적 견해에 대한 홍보 효과 △트럼프에 대한 재정적 지원의 성과 여부 등을 고려해 X의 (재매각 여부를 결정할 때) 거래 가격을 정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