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 30조 원으로 예상되는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환율 불안의 방파제 역할을 할 외국환평형기금 6조 원 등 정부기금에서 16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없었던 서민 주거 복지용 주택도시기금도 포함된다. 또 지방자치단체에 줄 교부세와 초·중·고 교육 재원인 교육재정교부금도 당초 계획보다 6조 원 이상 줄어든다.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4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이를 두고 여야 모두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을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약속하고서 사전 논의 없이 일방 통보했다”며 반발하자, 결국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기재부는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던 지난 9월까지도 외평기금 사용은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외평기금이 환율 안정용 ‘비상 재원’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용도 외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크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내년 대외 경제 환경에 대해 “미국 대선 등 정치전환의 변곡점이고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내년도 외평기금 운용 규모를 올해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든 140조 원 편성했다. 그런데도 최근 들어 다시 원화가 달러당 1,400원에 접근하는 등 심상치 않은 상황인데 외평기금에 또다시 손을 댄 것이다.
세수 결손을 이처럼 돌려막는 것은 환율 불안 대처 능력뿐 아니라, 재정 안전성에도 부정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정부가 국회 동의 과정을 회피하기 위해 세수 결손을 금융성 채무에 해당하는 국채 발행이 아니라, 일반회계와 기금 간 거래를 통해 메우는 것은 결과적으로 적자성 채무가 늘어 국가채무 질이 악화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현 정부 3년 동안 국가채무는 200조 원 넘게 증가한다. 정부는 “지난 정부 5년간 국가채무가 400조 원 이상 늘어났다”며 차별성을 주장해 왔는데, 코로나 사태 같은 비상상황도 아니라는 점에서 현 정부는 재정 건전성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