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 오명을 10년 넘게 벗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자치구별 자살률(10만 명당 자살자 수)이 최대 13명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별로 상이한 인구 및 가구구조, 소득수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안전망을 구축해 2030년까지 서울시민 자살률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민 자살률은 23.2명으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27.3명)보다 낮지만 OECD 평균(10.7명)보다 2배 이상 높다. 서울시민 2명 중 1명(52.5%)은 스스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지난 5년간 우울감 경험률도 상승(6.5%→8.3%)했다.
자치구 간 격차도 도드라졌다. 25개 자치구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구(29.4명)였다. 관악구(27.3명) 도봉구(27.7명) 금천구(27.3명) 순이었다. 반면 가장 낮은 자치구는 서초구(16.7명)였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 간 자살률 격차가 최대 13명에 이를 정도로 큰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인과 중·장년층, 1인 가구가 많을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자치구 간 인구 구성과 소득수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이에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서울형 자살예방 통합모델'을 구축해 2030년까지 서울시민 자살률을 OECD 평균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자살 고위험군에 집중됐던 기존 지원을 시민들의 일상 속 외로움과 고립감을 줄이는 '포괄적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2026년까지 관련 예산 916억 원을 편성할 방침이다.
우선, 자살고위험군 발굴과 지원을 동(洞) 단위로까지 확대한다. 1인 가구 밀집 지역이나 알코올중독 중·장년이 많은 지역은 '동행촌 생명존중 마을'로 지정해 집중관리하기로 했다. 동네 병원과 상점, 통·반장 등이 자살 위험 신호가 보이는 사람을 전문기관에 연계하면 맞춤형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내년 10개 자치구에서 시범운영한 뒤 2028년까지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태희 시 시민건강국장은 "특정 지역이 자살 위험이 높은 지역처럼 인식되지 않게 세심하게 설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 심리상담 인력과 상담소도 늘린다. 시민들이 자살 고위험군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일상 속에서 마음건강을 돌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이에 24시간 자살예방상담전화인 '마음이음(1577-0199)' 상담 인력을 현재 12명에서 2026년까지 3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카카오톡, 챗봇, 문자 메시지 등 상담 방식도 다양화한다. 또 9개 자치구(11개)에서 운영 중인 '마음상담소'는 25개 전 자치구(27개)로 확대된다.
전문심리상담 비용도 지원한다. 상담은 주 1회(50분 이상) 총 8주간 제공하고, 1인당 지원 금액으로 회당 8만 원을 지원한다. 올해 2만 명을 시작으로 2027년부터는 매년 10만 명에게 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자살예방정책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자살예방위원회'를 신설한다. 위원회는 자살 관련 각종 통계 분석과 심리 부검 강화, 자치구별 전담조직 구성 등 안전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