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경영지원회사(MSO)가 환자로부터 직접 의료비를 받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선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MSO는 의료행위 외의 병원경영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의사 A씨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등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세금계산서는 사실과 다르고, 그에 대한 피고의 조치가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MSO 두 곳과 병원관리용역 및 결제대행 계약을 맺고 병원을 운영해왔다. 두 회사는 환자들로부터 직접 의료비를 받아 현금영수증 등을 발급해준 뒤, 대행 업무 수수료 등을 공제한 금액을 A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자신이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세무당국은 이 같은 A씨의 회계 처리가 '신용카드 위장'에 해당한다고 판단, 2016~2018년분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7억2,000만 원을 추가 부과했다. A씨가 환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병원이 아닌 MSO에 결제하게 해 매출액을 축소하거나 세금을 탈루하려 했다고 본 것이다.
조세심판원 재조사 결정을 거쳐 A씨에게 부과된 최종 금액은 5억 원으로 줄었지만, A씨는 불복해 소송을 걸었다. 그는 "MSO는 기획재정부의 권고에 따라 도입된 것이고 이에 부합하는 회계 처리를 했을 뿐"이라면서 "이에 따른 (국가의) 조세수입의 일실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물리쳤다. 의료비 수금은 의료용역 제공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인 만큼 직접적 의료행위가 불가능한 MSO에 허용되는 업무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는 환자들로부터 직접 의료비를 받아 이에 대한 계산서를 발행한 후 회계처리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