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 펜실베이니아 흑인 단속한 해리스… 트럼프는 ‘적진’ 뉴욕에 총동원령

입력
2024.10.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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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텃밭 필라델피아서 투표 독려
트럼프 막판 세몰이, 멜라니아도 등판
지지율 흐름 혼조… CBS “경합주 동률”

미국 대선을 9일 앞둔 27일(현지시간)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승부처 펜실베이니아주(州)를 찾아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를 단속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적진 뉴욕시 한복판에 친(親)트럼프 유명 인사들을 쏟아부으면서 '산토끼' 유권자를 찾아나섰다.

격전지 지지층 결집 노린 해리스

해리스는 이날 펜실베이니아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유세를 열어 지지층 투표를 독려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이 19명으로, 경합주 7곳 중 최대 규모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하는 편이 이긴다. 필라델피아는 민주당 지지세도 강하다. ‘집토끼’ 흑인 비율이 40%다. 미국 전체 평균(14%)의 3배에 이른다. 해리스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승산을 키우려면 필라델피아의 흑인 투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그는 유세에서 “트럼프가 지난 10년간 미국 정치의 특징으로 만든 분열과 공포의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기회”라며 “후회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청년 유권자를 콕 집어 투표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유세 전에는 흑인 교회, 이발소, 식당, 서점 등을 훑으며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지지와 투표를 부탁했다.

트럼프, 적진 뉴욕 찾아 이민 이슈 제기

같은 날 트럼프 행보는 대조적이었다. 경합주 대신 민주당 강세 지역 뉴욕을 방문해 막판 세몰이에 나섰다. 유세 무대는 과거 대형 스포츠 행사가 많이 열린 매디슨스퀘어가든이었다. 출연진 면면도 화려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 등 당내 인사와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무소속 출마 후 사퇴하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등이 찬조 연사로 나섰다.

선거전 내내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까지 등판했다. “이 도시는 여러 세대에 걸쳐 가장 용감한 지도자들을 배출해 왔고 그들 업적은 세계의 흐름을 바꿨다. 뉴욕과 미국은 마법을 되찾아야 한다”며 트럼프를 소개했다. 뉴욕은 트럼프 고향이다.

전략적 포석이라는 게 미국 언론 분석이다. 전국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경합주 승부에도 도움이 될 공산이 큰 데다, 뉴욕은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유지 여부에 결정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유세 메시지는 뉴욕이 이민자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도시라는 점을 겨냥했다. 트럼프는 “나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 범죄자의 침략을 중단시킬 것”이라며 “미국 운명은 여러분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유세에선 찬조 연설자들의 막말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불러 푸에르토리코계 유권자의 반발을 샀다. 또 억만장자 사업가 그랜트 카던은 "해리스와 그녀를 움직이는 포주들이 미국을 망칠 것"이라며 해리스를 성매매 여성에 비유해 문제가 됐다.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도 자메이카와 인도계 피가 섞인 해리스를 "사모아·말레이시아계이며, 낮은 지능을 지닌 캘리포니아주 검사"라고 비하했다.

지지율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 접전 지속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트럼프 연설에 앞서 매디슨스퀘어가든 벽에 “트럼프가 히틀러를 칭찬했다”, “트럼프=정신 나간” 등 트럼프 비판 문구를 투영하기도 했다. 위험성을 부각한 것이다.

수습은 밴스 몫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하리라는 관측을 부인했고, 트럼프가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말한 ‘내부의 적’은 민주당 인사가 아니라 “폭동을 일으키는 극좌 미치광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공개된 지지율 흐름은 혼조세다.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미 ABC방송 여론조사의 경우 앞서가는 해리스가 트럼프와의 격차를 벌린 것으로 나타났고, 미 CBS방송 조사에선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경합주 유권자 대상으로는 50% 동률이라는 게 CBS 조사 결과였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