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연립 여당 과반 실패… 한일 협력사업도 '잠정 휴업'

입력
2024.10.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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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15년 만에 단독 과반 의석 상실
이시바, 과거사 관련 '과감한 결단' 내리기 어려워져
한일청구권 60주년 관련 합의 사안은 이행될 듯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 패배로 집권 한 달 만에 위기를 맞으면서 순풍을 기대했던 한일관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는 분위기다. 다음 달 개최 예정인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부터, 애초 기대했던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물론 12월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도광산 추도식 '고위급 인사 참석' 난항

다음 달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 참석자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비교적 전향적인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정부는 추도식에 한일 양국 정상 참여까지 포함해 일본 정부와 논의를 이어왔다. 28일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는 한중일 차관보급 고위관리회의(SOM)를 계기로 일본을 방문해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심의관과 면담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총선 패배로 입지가 불안해진 이시바 총리가 추도식 참석이란 결단을 내리기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을 한일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고자 했던 우리 정부 구상도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총선 패배로 정국 안정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시바 정권이 민감한 외교 사업을 먼저 추진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도광산 추도식에는 일본 외무성 또는 다른 행정부처 국장급 참석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석열-이시바 신시대 공동선언' 물거품 되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강조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해 한일 양국 정상이 과거를 뛰어넘는 미래지향적 약속을 담은 공동 문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불발되는 듯했으나, 이시바 총리가 승리하면서 정부 차원의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선거 패배로 이시바 총리 위상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도광산 추도식보다 더 난도 있는 문제를 푸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 됐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서 약진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는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위안부 문제와 관련,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하는 등 한일 과거사 문제에 보수적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시바 총리가 낙마하고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12월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담도 빈손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 내 지한파 낙선도 우려의 시선도

자민당 내 일부 친한파 정치인의 낙선도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신호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으로 일한(한일) 친선협회중앙회 부회장인 다케다 료타 전 총무장관이 대표적이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당장 자민당 자체가 국민의 지지를 크게 받지 못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내부에서 한일관계와 관련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우려했다.

일본 내 정치 상황이 유동적이지만,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 60주년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전 총리가 합의한 입국 절차 간소화 및 공급망 구축 사업 등은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국 절차 간소화와 같은 사업은 일본에서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국내정치를 이유로 뒤집을 근거가 약하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