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총선 결과를 두고 희비가 엇갈렸다.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악연이 있었다. 노다 대표는 총선 약진으로 아베가 남긴 상처를 씻은 반면, 이시바 총리는 변절자라는 꼬리표만 붙게 생겼다.
28일 일본 NHK방송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총선(중의원 선거) 결과 자민당은 191석을 얻어 과반(전체 465석 중 233석)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148석으로, 2012년 총선 이후 12년 만에 세 자리 의석수를 차지하며 약진했다.
노다 대표는 '자민당에 정권을 내준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씻게 됐다. 2011년 9월부터 약 1년 4개월간 총리를 지낸 노다 대표는 민주당(현 입헌민주당) 정권 시절 마지막 총리였다. 2012년 12월 총선에서 대패해 아베 전 총리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50석이나 늘렸고, 노다 대표는 약진의 1등 공신으로 평가받게 됐다.
노다 대표의 우클릭 선거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이전 대표들과 달리 중도·보수 노선으로 이동했다. 주요 선거 때마다 연대해 온 공산당과 거리를 뒀고, 공약은 자민당과 비슷한 내용으로 채웠다. 자민당에 실망한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를 끌어들이고자 개혁보다 안정감을 주는 데 집중한 전략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시바 총리는 총선 참패로 지난 1일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일본 국민이 좋아하는 정치인'이라는 장점도 사라질 위기다. 지지통신이 지난 17일 발표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28%로 집계됐다. 일본 정계에서 지지율 20%대는 '정권 퇴진 위기 신호'로 불린다.
더욱이 '변절자'라는 꼬리표까지 붙게 됐다. 이시바 총리는 2007년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하자 당시 앞장서 아베 전 총리의 퇴진을 주장했다. 이 일로 아베 측근들에게 미움을 샀다. 이 때문에 '자민당 내 야당'으로 불렸다.
하지만 총리 취임 이후 입장을 자주 바꿨다. 특히 과거 자신이 비판했던 아베 전 총리의 표현인 '악몽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는 말을 선거 유세 현장에서 여러 차례 사용했다. 선거 승리에 집착해 소신을 버렸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여기에 사실상 선거 참패 결과까지 안으며 당분간 고난의 길을 걷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