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안고도 폐지 모아 기부하는 영주시 부부...이웃들도 힘껏 도왔다

입력
2024.10.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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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황영숙씨, KT희망나눔인상 공동 수상자 선정


작은 실천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기쁩니다.
이대성씨


경북 영주시 영주1동에 사는 이대성(70)·황영숙(67)씨 부부매일 자전거와 리어카를 몰며 발품을 팔아 폐지와 공병을 하나둘 모은다. 폐지 가격이 ㎏당 100원 이하로, 이렇게 모아 판매한 돈은 하루 2만 원 언저리. 하지만 여기에 생계비를 아껴 더한 돈이 모일 때마다 부부는 영주1동 주민센터에 해마다 100만∼150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

KT그룹 희망나눔재단은 이씨와 황씨 부부를 올해 여섯 번째 희망나눔인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씨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를 안고 있고 황씨도 지적장애가 있지만 생계조차 힘든 상황에서 이를 이겨내고 이웃을 위해 헌신하기에 지역사회 내에서 '날개 없는 천사'로 알려졌다.

이씨·황씨 부부는 2011년부터 영주1동 주민센터에 보내는 것 말고도 지역사회 곳곳에 기부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2018년부터 7년째 매년 기부를 이어 와 올해까지 누적 기탁 장학금이 1,340만 원에 이르렀다. 이들 부부가 보낸 기부금으로 장학금을 운영하는 영주시인재육성장학회의 박남서 이사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이대성·황영숙 부부는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2022년엔 안동준법지원센터에 100만 원을 기부해 불우한 환경 속에서 준법 생활을 하는 다섯 명의 보호관찰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보태기도 했다.



이씨는 2014년부터 영주1동 새마을지도자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매년 연말 직접 재배한 배추로 만든 김장 100박스와 친환경 빨래비누 1,000장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 주는 활동을 펼쳤다.

이런 활동이 나눔의 본보기가 되면서 지역 주민들도 나눔 활동을 돕고 있다. 영주1동 이웃들은 폐지 수거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고 김장 봉사는 이씨가 제공하는 배추에 지역 내 협의회에서 지원하는 물품을 더해 주민이 다같이 참여하는 김장 담그기 행사로 발전했다.

이씨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봉사를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KT희망나눔인상은 2021년부터 나눔으로 아름다운 사회 가치를 만드는 데 이바지한 사람 또는 단체의 활동을 격려하고 나눔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KT그룹 희망나눔재단이 만든 상이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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