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경북 영주시 이산면 한 논에서 벼를 수확하던 콤바인이 논두렁 옆 농수로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60대 농민이 숨졌다. 같은 날 낮에는 청송군 진보면 도로에서 1톤 트럭이 앞서가던 경운기를 들이받아 경운기를 몰고 가던 70대 농민과 적재함에 타고 가던 70대 남성 2명이 숨졌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지역 농촌에 농기계 안전ᆞ교통사고 비상이 걸렸다. 경북소방본부는 지난 10일부터 내달 10일까지 ‘농기계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사고는 숙지지 않고 있다.
주의보 발령 이후인 지난 13일 오후 성주군 용암면에서는 트랙터가 도로변 경사지로 굴러 운전하던 60대 농민과 옆 자리에 타고 가던 60대 여성이 부상했다. 지난달 17일 오후엔 의성군 봉양면에서 80대 남성이 경운기에 깔려 숨졌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도내 농기계 안전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502명으로, 37명이 숨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 28명, 부상 458명 총 486명인 것보다 소폭 늘었다. 이런 추세면 연말까지 지난해 전체 사상자 626명(사망 39명)을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농기계별 경북지역 안전사고 사상자는 경운기가 67.1%로 가장 많다. 보급대수도 가장 많은 데다 경운기 구조상 사고가 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운기는 회전할 때 좌ᆞ우 바퀴의 구동력을 다르게 분배하는 차동장치가 없어 좌우 핸들에 달린 조향클러치로 방향을 조작하는데, 적재함에 많은 짐을 싣거나 급경사에서는 한쪽으로 급회전할 수 있어 극히 위험하다. 고령화로 이 같은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요즘 나오는 경운기는 후미등이나 방향지시등도 장착돼 출고되지만, 고장 난 경우가 허다하다.
분무기에 사람이 타고 농약이나 비료를 살포하는 SS분무기 사고 위험도 여전하다. 지난 9월 추석 연휴기간에는 고향을 찾은 26세 여성이 과수원에서 일을 돕다가 SS분무기가 넘어지면서 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일어났다. 앞서 6월에는 영양군에서 트랙터 적재함에서 SS분무기를 내리자 깔려 60대 농민이 숨지는 일도 있었다. SS기는 폭이 상대적으로 좁고 무게중심이 높아 넘어질 위험이 극히 높은 농기계이다. 또 농경지로 이동할 때는 트랙터 적재함에 실어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내릴 때 사다리가 꺾이거나 폭을 벗어나 추락하는 일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농기계사고 피해자의 연령대별 비중은 80대 이상 33.6%, 70대 32.1%로 70, 80대가 3분의 2를 차지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문제보다 농촌지역 고령 농기계운전자들이 더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경운기 트랙터 등과 관련한 교통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19일 오후 7시8분쯤 성주군 대가면 옥성리 국도상에서 버스가 앞서가던 트랙터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추돌, 트랙터 운전자가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농기계 교통사고 치사율은 16.6%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1.3%)의 13배나 됐다. 지난해까지 3년간 치사율이 2.6%인 오토바이보다도 6배 이상 높아 농민과 농촌지역을 운행하는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북소방본부와 농촌진흥청 등 관계자들은 농기계 안전사고 및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수칙 준수 △정비점검 생활화 △음주운전 금지 등 법규 준수 △보호장구 착용 △반사판 등 야간 등화장치 부착 등을 생활화 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