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신형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이 장애 극복을 위한 로봇 기술 경연대회인 ‘사이배슬론 2024’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4년마다 열리는, 일명 ‘사이보그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이 대회에서 카이스트는 2020년에 이어 두 번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28일 카이스트에 따르면 공경철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엑소랩과 산업디자인학과 무브랩, 로봇 기업 엔젤로보틱스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팀 카이스트’는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F1’을 개발해 지난 27일 열린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의 웨어러블 로봇 부문에 출전했다. 워크온슈트F1은 로봇이 스스로 걸어와 장애인의 다리에 착용되도록 설계됐다. 지면 반력 센서, 신경망 구현 인공지능(AI) 제어 보드를 통해 상황을 인식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웨어러블 로봇 경연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로봇을 착용하고 걸으면서 제한시간 10분 안에 계단오르기, 장애물 피하기 등의 6가지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번 대회는 지팡이 없이 걷기, 주방에서 칼질하기 등 고도의 균형감각이 필요 미션이 추가되면서 난이도가 높아졌다. 이에 당초 16개 팀이 출전했으나 기술 개발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포기했고, 본선에는 한국,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태국에서 총 6개 팀만 참가했다.
카이스트 연구진은 6분 41초 만에 모든 미션을 통과했다. 지난 대회 땐 모터를 장착한 관절이 6개였는데 이번 워크온슈트F1에는 12개로 늘렸고, 모터의 출력도 2배 이상 높였다. 또 발 부분에 있는 지면 반력 센서는 로봇의 자세를 1초에 1,000번 측정해 균형을 유지하게 했다. 2, 3위를 차지한 스위스, 태국 팀이 10분 간 단 2개 미션을 수행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기술력이다.
지난 대회에서도 카이스트 연구진은 모든 미션을 빠르게 완수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워크온슈트F1의 이전 버전인 워크온슈트4를 착용하고 지난 대회에 출전한 김병욱 선수에겐 당시 진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맞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고 카이스트 측은 전했다.
팀 카이스트의 주장인 박정수 연구원은 “우리 스스로와의 경쟁이라 생각하고 기술적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따라와서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워크온슈트F1의 다양한 기능을 계속해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팀의 하반신 마비 장애인 선수인 김승환 연구원은 “대한민국의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내 몸으로 알릴 수 있어서 너무나 감격스럽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